[사설]대통령, 야당을 동반자로 존중해야 초당적 협력 가능해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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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여야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세계적으로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위기 국면에서는 국회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과 고용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적극 돕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2018년 11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 이후 1년 반 만이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열린 어제 회동은 여야 협치(協治)의 시동을 거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예정된 오찬 시간을 훌쩍 넘겨가면서 여야 원내대표와 2시간 반 동안 심도 있는 토론을 한 것은 고무적이다. 대통령과 야당이 정기적인 소통을 언급하면서 협력을 약속한 것도 좋은 출발점이다.

지금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외교적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내부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으로 허약해진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역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0.2%로 대폭 하향 전망했다.

어느 때보다 상생과 협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3차 추경을 비롯한 경제대책과 남북교류 속도 등 국정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를 하루아침에 좁히기는 어렵다. 당장 국회 개원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차지하겠다고 통합당을 압박하면서 커진 갈등부터 해소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7월 출범을 위한 관련 입법 처리에 무게를 뒀다. 야당은 과도한 국채 발행이 가져올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했고, 문 대통령은 3차 추경에 대해 국회에 자세히 보고하겠다고 약속했다. 각자 원하는 방향에 집중하면서도 향후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여야 협치냐, 여당의 힘자랑이냐는 갈림길에서 열린 어제 회동을 계기로 정부여당은 더욱더 겸허히 야당을 존중하고 협력의 대상으로 삼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부터 직접 나서서 야당을 자주 만남으로써 이런 변화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야당도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책무에 충실하면서도 위기 극복을 위해선 필요한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적극 나선다면 우리라고 초당적 협력을 못 할 이유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주호영#여야 원내대표#청와대 오찬 회동#3차 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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