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집착하는 트럼프, 美사망자 10만명 돌파에는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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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 시간) 숫자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숫자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로 미국 내 누적 사망자 숫자인 ‘10만’이다.

WP는 이날 ‘숫자에 집착하는 트럼프가 무시하는 한 가지: 사망자 10만 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매일 감염 통계, 장밋빛 전망치, 주식시장 등 수치에 집착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미국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하자 ‘트럼프답지 않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별다른 애도를 표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려 ”‘내가 선제적으로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다면 미국의 피해는 15~20배 더 큰 150만~200만 명에 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숫자는 자랑하고 업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숫자는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만 명은 코로나19에 어떠한 개입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계산된 숫자다.

익명의 행정부 고위 관료에 따르면 백악관은 사망자 10만 명을 기리는 별다른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WP는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백악관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션 완료’를 선언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면 그 어떤 것도 계획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5만~6만 명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가 5월에는 ‘10만 명이 안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데 사망자 10만 명 돌파가 확실시 되자 ‘미국의 치명률은 다른 나라들보다 낮다’고 주장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30으로 벨기에(82), 스페인(58), 영국(56) 등보다 낮지만 가장 타격이 심했던 뉴욕의 경우 10만명 당 사망자 수가 150에 달한다“고 미국 치명률의 지역별 편차가 큰 점을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 마이클 거슨은 WP와의 인터뷰에서 ”2001년 9·11 테러 당시 부시 전 대통령에게 ‘있는 그대로의 감정으로 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었다“고 돌아보며 ”트럼프에게는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공감능력이 부족한 문제일 수 있으나 국민들이 이렇게 목숨을 잃은 위기의 여파를 생각할 때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국 종교 및 대통령사를 연구해온 랜달 발머 다트머스대 종교학과 교수도 역대 미국의 대규모 인명피해 사건을 겪은 대통령들(1994년 D 데이·프랭크 루즈벨트, 1995년 오클라호마 시티 폭탄테러·빌 클린턴, 2011년 9·11 테러·조지 W 부시,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버락 오바마)과 비교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유독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발머 교수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슬픔의 표현은 대체 어디에 있나. 다른 대통령들은 그게 대통령직의 일부라는 것은 이해했다“며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현 대통령에게는 그런 연민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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