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공세에 나선 美 “홍콩 관련 ‘긴 옵션 리스트’ 있다” 제재 수위는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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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가 예정된 28일에 앞서 전격적으로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것은 경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날 의회 보고는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풀이된다. 국무부 고위 인사들은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총공세를 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과 관련해 대응할 수 있는 ‘매우 긴 리스트’가 있다”고 말했다.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이날 세미나에서 “미국 등에 기생해온 중국의 경제정책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콩의 특별지위가 발탈되면 중국에 부과해온 최대 25%의 보복 관세,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 미국 입국시 까다로운 심사 등이 홍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향후 해외 자본이 이탈하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가 추락해 중국의 해외자금 조달 창구가 닫힐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보안법이 제정된 이후 미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선제적으로 초강경 메시지를 던진 것은 중국에 충격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홍콩과 미국에도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18년 미국과 홍콩의 상품 및 서비스 교역 규모는 660억 달러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1300개, 이 중 홍콩에 지역본부를 둔 기업은 290개에 달한다. 중국이 이들 기업의 홍콩 및 중국 본토 내 사업을 제한하며 맞대응에 나서면 미국이 입을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참모들은 중국을 상대로 한 경제조치에 신중론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을 앞두고 경제성과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백악관은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전면적인 지위 박탈 대신 중국의 대응에 따라 선별적이고 단계적인 대응에 나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재무부는 홍콩보안법 제정과 관련된 중국 관리나 기업에 대한 거래 제한, 자산 동결, 비자 제한 등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앞세운 미국의 금융제재를 집행해온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 북한 등과 협력해온 중국인이나 중국 기업을 제재한 적은 있지만 중국의 정책집행을 문제 삼아 제재에 나서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그만큼 상징적인 처벌 효과도 크다.

중국의 인권문제는 미국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압박 카드다. 미 하원은 이날 위구르족 등 중국 내 소수민족의 인권탄압을 막기 위한 ‘위구르 인권법’을 찬성 431 대 반대 1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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