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불안할수록 ‘코로나19 안전벨트’ 매자[광화문에서/김윤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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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파리 특파원
김윤종 파리 특파원
“그동안 아이를 어떻게 학교에 보냈어? 우리 애는 이제 가는데 걱정이 많아.”

26일 한국의 지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27일 개학을 맞아 걱정이 많다며 프랑스에서 먼저 개학을 경험한 기자의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유럽 각국 대부분은 3월부터 휴교령을 시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확산세가 누그러지자 독일 노르웨이 등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개학을 시작했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이달 11일부터 문을 열었다.

초등생 자녀를 둔 기자는 등교 전날인 10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쟁터에 신병을 보내는 지휘관의 마음이 이럴까 싶었다. 군장(軍裝)을 챙기듯 아이의 가방에 마스크, 손 소독제, 손수건 등을 넣었다. 아이에게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고, 친구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몇 번 똑같은 얘기를 했더니 아이가 “아빠! 알았어. 그만 좀 해”라며 핀잔을 줬다.

개학 초기에는 불안이 컸다. 동료 학부모들과 “학교가 안전할까”란 말을 나누는 것이 일상이었다. 덴마크에서는 개학 후 전염병 전파력을 뜻하는 ‘감염재생산지수(R)’가 다시 높아졌다. 프랑스 일부 학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개학이 취소됐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아·청소년 다기관염증증후군(어린이 괴질)이 퍼진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 학부모는 “코로나19도, 어린이 괴질도 정확한 정보가 없어 더 무섭다”고 했다.

아이와는 매일 하교 후 대화를 나눴다. 일과 중 감염을 우려할 상황이 발생했는지를 물었고 아이는 자신의 관점에서 교실 상황을 답해줬다. 이런 상황이 2주 정도 지나자 불안한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방역을 바라보는 어른과 아이의 관점이 얼마나 다른지도 알 수 있었다.

아이는 “교실 안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얼굴이 답답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쉬는 시간에는 장난기 많은 아이들이 뒤엉켜 노는 바람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2명이 앉는 책상 사이에 유리막을 설치하는 것보다 연필, 지우개를 친구들끼리 빌려 쓰지 않도록 각자 학용품을 관리하고 이름표를 잘 붙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놨다.

지극히 초등생다운 답변이었지만 대안 없이 걱정만 앞세운 기자 같은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가 진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교내 방역대책이 얼마나 시행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프랑스는 개학 전 안 이달고 파리 시장 등 지자체장들이 교실 방역의 취약점을 지적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학생들 의견보다는 교육 당국자 위주의 정책을 수립하지 않았을지 우려스럽다.

매일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고 아이를 자동차에 태우지 않을 수는 없다. 방법은 아이로 하여금 안전벨트를 잘 매고, 차량 정지 후 하차 등 안전수칙을 잘 지키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의 학교 생활도 마찬가지다. 방역수칙 준수가 왜 중요하고 꼭 필요한지 아이 스스로 느끼게 하고 이를 잘 교육시키는 것, 즉 ‘코로나 안전벨트’를 찾아 자녀들이 매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부모 노릇 아닐까.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코로나19#학교방역#초등생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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