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대표의 윤미향 사태 본질 호도, 문제 해결만 더 꼬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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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미향 당선자 관련 의혹에 대해 “신상 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위안부 운동의) 30여 년 활동이 정쟁 대상이 되거나 우파들의 악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본질과 관계없는 사사로운 부분으로 과장된 보도가 많이 나왔다”며 “우리가 성숙한 민주사회로 도약할 수 있게 모든 부분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으로 윤 당선자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이 대표가 ‘사실 규명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진영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의 불투명한 기부금 모금 및 회계 처리 과정에 대한 의혹은 회계 공시자료 등 근거를 토대로 제기된 것이지, 없는 사실을 부풀린 것은 거의 없다. 국가지원금과 국민 기부금의 사용에 대한 것이므로 결코 사사로운 일들이 아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르거나 부당하다면 윤 당선자가 투명하게 소명하면 될 일인데 침묵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우파들의 악용” 운운한 것은 윤미향 사태를 좌우 진영 구도의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냉철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안인데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초점을 흐리면 사태 해결은커녕 더 꼬이게 만들 것이다.

윤미향 사태는 윤 당선자와 정의연 측이 키운 측면이 더 크다. 안성 쉼터 조성 경위를 비롯해 윤 당선자 본인의 아파트 매수 과정, 기부 단체의 공시 누락 등에 대한 해명이 수시로 바뀌거나 이를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면서 국민 신뢰를 잃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불투명한 회계 처리와 기림비 피해자 명단의 자의적 배제 등 단체 운용 과정의 문제만으로도 윤 당선자는 위안부 인권 운동을 대표해 국회에 진출할 자격이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 대표는 “모든 부분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작 자성하고 성찰해야 할 당사자는 윤 당선자와 후보 검증을 제대로 못 한 여당인데 왜 책임 소재를 물타기 하나.

4·15총선에서 거여(巨與)의 등장은 정부·여당이 코로나 방역과 경제 위기 극복에 전력하라고 국민들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의석 숫자만 믿고 모든 행위에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한다면 민심을 왜곡하는 것이다. 여당이 지금처럼 윤 당선자를 계속 감싼다면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처는 더 커지고,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소모적 논란만 계속될 것이다.
#윤미향 사태#정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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