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원수 의전 총괄 靑비서관이 이벤트 기획하는 자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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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곧 단행될 인사에서 탁현민 전 행사기획 행정관을 대통령의전비서관에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선임행정관으로 있다 지난해 1월 청와대를 떠난 탁 씨가 1년 4개월 만에 비서관으로 승진해 복귀하는 것이다. 탁 씨는 청와대를 나온 뒤에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직함으로 대통령의 주요 행사를 계속 기획해 왔다.

의전비서관은 국가원수의 의전을 총괄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공식 일정과 대외 행사를 관리한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때 수석급에서 1급 비서관으로 직급을 낮췄지만 사실상 수석비서관 역할이다. 대통령 의전은 세계 정상들과 공개석상에서 많이 진행되기 때문에 작은 실수가 나와도 국격 추락은 물론 국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 외교부 고위 공직자를 의전 책임자에 주로 임명한 것도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될 자리의 무게 때문이고 그만큼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임명된 3명의 의전비서관 가운데 2명이 외교와 무관한 정치권 출신 인사였다. 그들의 직접적 책임 유무를 떠나 현 정부 들어 의전 실수가 빈발한 것은 사실이다. 2018년 청와대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책상에 동선이 막혀 책상을 뛰어넘는 일이 생겼다. 문 대통령의 체코 방문 때는 외교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체코’의 국가명을 ‘체코슬로바키아’로 잘못 썼다. 외교장관 회담장에서 상대국 국기를 거꾸로 걸거나, 외교차관급 회담장에 민망할 정도로 심하게 구겨진 태극기를 게양해 망신을 자초했다.

탁 씨는 과거 저서에서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파문을 빚기도 했지만 대통령 행사와 이벤트 기획에서 성과를 내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측근이다. 그를 다시 중용한다 해도 ‘적재적소’ 인사 원칙은 중시되어야 한다. 그런 원칙이 무너지면 인사 정책 전체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전비서관#탁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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