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만에 ‘核무력’ 들고 온 김정은… 협력 손짓했던 靑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4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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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노동신문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결과를 분석 중이다.”

청와대는 24일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잠행에 들어갔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시 군사력 강화를 꺼내들고 나선 데 대한 당혹감도 느껴졌다.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독자적인 남북 협력’에 대한 김 위원장의 대답은 이번에도 없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두 강대국으로부터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 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부 한반도 구상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갈수록 빗장 거는 北, 곤혹스러운 靑

4·15총선 압승으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한 여권은 최근 독자적인 남북 협력에 대한 본격적인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을 감추지 않았다. 통일부가 앞장서 “5·24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잃었다”고 선언하고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대북 제재의 적극적 해석”을 주장한 것은 북한을 향해 남북 간 협력에 나서라는 손짓이었다.

그러나 이날 북한은 청와대의 기대와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놨다.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에 이어 “핵 전쟁 억지력 강화”까지 들고 나섰다. 임 전 실장의 주장처럼 “핵무기 개발과 재래식 무기 개발은 구별해야 한다”며 여권이 북한의 ‘일상적’ 군사훈련은 문제 삼기 어렵다는 기류를 만들려 했는데 정작 북한이 이를 훌쩍 넘어 대미 핵무력 강화 방침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과 같은 ‘레드라인’을 넘는 행동에 나선다면 청와대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SLBM 등 고도화된 무기 도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직결되고 청와대가 주장하는 대북 제재 완화론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분석 중’이라는 건 김 위원장의 직접 발언 없이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와 해설만 있었기 때문에 향후 행보를 조금 더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시간은 없고, 美-中은 격돌하고

하지만 북한이 구체적인 도발에 나서지 않는다 해도 청와대의 고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열리고 내년 여름부터는 여야의 차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는 아무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기 때문. 여권 관계자는 “남북 협력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건 올해 안에는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계속 웅크리고만 있다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을 계기로 물밑에서 방역 협력 등 여러 카드를 제시하고 있지만 북한은 일절 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움직여 주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중이 최근 전면전에 돌입할 채비에 나서면서 오히려 독자적 남북 협력 사업을 위한 외교적 여력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 소통과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전제라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기존 스탠스를 재확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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