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코로나 시대의 피난처로 부상한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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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24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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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결혼 등 기념일 담당하게 된 자동차의 새로운 역할

현대자동차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국내 최대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인근 킨텍스 제2전시장 주차장에서 자동차 극장 형식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Stage X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개최했다. 현대자동차 사진제공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국내 최대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인근 킨텍스 제2전시장 주차장에서 자동차 극장 형식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Stage X 드라이브 인 콘서트’를 개최했다. 현대자동차 사진제공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가 자동차의 새로운 역할을 탄생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한때 단순히 누군가를 한 장소에서 다른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주는 역할을 했던 자동차가 이제 감염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운전자가 안에서도, 밖에서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퀴 달린 ‘미니 피난처’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특히 이번 팬데믹이 가족, 친구를 만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해야 하는 사람들이 자동차에 ‘바퀴 위 사회’라는 새로운 역할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트랜드는 지역사회는 물론 사업모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극장은 이제 단순한 극장이 아닌 사람들의 ‘나들이’가 되고 있다. 생일, 베이비샤워, 나아가 졸업식까지 자동차 창문 틈으로 손을 흔들며 ‘드라이브스루’로 기념되고 있다. NYT는 “우리의 일상이 화상회의부터 줌 비디오 채팅까지 온라인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는 사람들의 실질적인 분리를 어느 정도 줄여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또 특히 안전을 지키면서도 이동성을 보장해주는 자동차가 소상공인들이 거래처와 관계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팬데믹이 장기화로 대형 집회가 금지되자 일부 주에서는 ‘드라이브인’ 예배도 성행하고 있다. NYT는 17일 오하이오 제노아 침례교회의 예배 한 장면을 소개했다. 프랭크 칼 담임목사는 이날 보통 공사장 인부들이 쓰는 리프트 트럭 위에 서서 “오늘 처음 오신 분이 있다면 자동차 경적을 울려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자 몇몇 자동차에서 경적 소리가 울렸다. 칼 목사가 “제노아 교회 여러분, 이분들을 환영합시다”라고 답하자 나머지 교인들이 자동차의 경적을 울려댔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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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부터 주차장 드라이브스루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칼 목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드라이브 스루 예배 인기가 많아 주일 예배를 4부로 늘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차장 예배는 한번에 600대를 수용할 수 있는데 사람이 많을 때에는 길가까지 차가 늘어선다고 덧붙였다. 칼 목사는 “사람들은 함께 예배를 참석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차에 떨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피터 D. 노턴 버진아 대학교 사회공학 교수는 NYT에 “자동차는 궁극적인 PPE(개인보호장구)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턴 교수는 “자동차는 오랫동안 적대적인 세상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여겨졌다”며 “위험한 지역에서 우리는 흔히 자동차 문을 걸어 잠그곤 한다. 이는 감지된 위험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노턴 교수는 “안전이 이런 비싼 기계(차)가 있어야 보장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게 된다면 이는 모두가 향유할 수 없는 지속 불가능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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