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생들이 배지 팔아 낸 5100만원… 정의연-정대협, 부실회계 처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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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논란]이용수 할머니 지적 ‘학생들 기부금’은

마포 ‘평화의 우리집’에서 압수품 옮기는 檢 21일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마포구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압수품을 들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이 전날 오후부터 정의연과 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은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이 쉼터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머물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마포 ‘평화의 우리집’에서 압수품 옮기는 檢 21일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마포구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압수품을 들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이 전날 오후부터 정의연과 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은 두 번째 압수수색이다. 이 쉼터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머물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갈수록 커지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논란은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도화선이었다. 당시 이 할머니가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던 대목은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처’였다. 할머니는 “초등학생 중학생이 무슨 돈이 있느냐. 용돈을 모은 돈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정의연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내놓은 기부금의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사례가 여럿이었다. 공시 과정에서 부실하게 처리한 기부금도 적지 않았다.

검찰 수사를 받는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머무는 쉼터까지 압수수색을 당했다. 21일 검찰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의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해 회계 서류 등을 확보했다.



○ 기부 영수증 미발급… 공인회계사회 “난센스”

정의연은 어린이 등에게 기부금을 받고 영수증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행정처리도 부실했다. 충북 청주에 있는 A초교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수요집회 현장에서 51만3100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 이 돈은 교내에서 학생들이 바자회를 개최해 마련했다. 이 바자회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6학년생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는 “별도 기부 영수증을 받지 못했고,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충남 예산의 B고교도 2018년 수요집회에 체험학습을 목적으로 참여해 기부금을 전했다. 학생 107명이 모은 10여만 원이 담긴 저금통이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이 (서울 가는) 기차에서 한 푼 두 푼 모은 용돈”이라며 “따로 영수증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기부금의 영수증 발급은 시민단체에 필수 과정이다. 단체의 투명한 회계 처리를 위해서다. 정의연이 회계기관 추천을 요청했던 한국공인회계사회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기부금 영수증 발급은) 사람이 밥을 먹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난센스”라며 “시민단체라면 의무를 떠나 도리이고, 회계 투명성 측면에서 기본”이라고 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영수증은 요청하면 발급해준다. 누락된 경우엔 다시 안내한다. 일부러 누락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공시 기준 모호… 정의연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청소년들이 내놓은 기부금은 공시에서도 부실하게 처리됐다. 서울 C여고 등에 따르면 이 학교 동아리 학생들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까지 아홉 번에 걸쳐 정대협에 4000여 만 원을 기부했다. 당시 학생들이 직접 고른 ‘노란 나비’ 모양의 배지를 판 수익금이다. 노란 나비는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한다. 하지만 정대협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5∼16년 ‘공익법인 공시 서류’에서 ‘기업, 단체 기부금’은 0원으로 기록돼 있다.

서울 D중학교 학생들도 2017년 11월 정의연에 1100만 원을 기부했다. 학생들이 자체 제작한 배지의 판매 수익금이었다. ‘나를 잊지 마세요’란 꽃말의 물망초가 달린 한복 저고리 모양으로, 피해 할머니들을 잊지 말자는 마음을 담았다. 학생들은 배지 1만 개를 판 돈을 마포 쉼터에 직접 전달했다. 한데 정의연이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한 2017년 ‘공익법인 공시 서류’에도 ‘기업, 단체 기부금’은 0원이다.

이 기부금들은 공시 누락했을 가능성이 높으나 ‘개인 기부금’ 항목으로 집계했을 수도 있다. 정의연 관계자는 개인 기부금과 ‘기업, 단체 기부금’ 구분 기준에 대해 “공시 전문가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어떻게 처리했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21일 발표한 입장문에선 “관련 사항에 대한 질의에는 회계 관련 자료들이 압수됐고 수사 중인 사항이라 답변이 불가하다”고 했다.
○ 피해 할머니 머무는 마포 쉼터도 압수수색

서울서부지검 형사 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21일 정대협이 운영하는 마포구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전 5시 반경 정의연과 정대협 사무실 압수수색을 종료한 지 9시간여 만이다.

검찰은 쉼터의 지하 1층 창고에서 회계 서류 등을 확보했다. 20일 검찰이 정의연 사무실과 정대협의 법인 등기에 나와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압수수색했을 당시, 정의연 관계자가 “박물관 공간이 부족해 마포 쉼터에 회계 서류 10박스를 보관한다”고 알렸다고 한다.

박종민 blick@donga.com·김소영·김태성 기자

#정의연 논란#이용수 할머니#부실회계#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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