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그늘 못 벗은 ‘NBA 2인자’ 피펜처럼… KBO 구단 내 ‘아까운 2인자’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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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0-30클럽’ 박재홍, 40홈런 박경완에 MVP 내줘

어떤 분야에서 남들이 감히 넘보기 힘든 업적을 남긴 인물을 ‘○○계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부른다면 스코티 피펜(55)은 ‘2인자계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할 수 있다. 피펜은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에서 마이클 조던(57)과 찰떡 호흡을 맞춰 1990년대 통산 6회(3연패 2번) 우승을 이끌었다.

스포츠를 비롯한 각종 사회 이슈를 통계적으로 풀어내는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은 최근 피펜을 ‘GOAT 2인자’로 선정했다. GOAT는 ‘The 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줄임말이다. 최근 ESPN을 통해 조던의 시카고 왕조 시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가 방영되자 조던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던 피펜의 가치를 재조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 역대 타자 가운데서는 누구를 피펜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피펜에게는 ‘전국 2등인데 반에서도 2등’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김성래 한화 코치(59)가 가장 피펜에 가깝다.

김 코치는 삼성 시절이던 1987, 1988, 1993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리그 OPS(출루율+장타율) 2위이자 팀 내 OPS 2위 기록을 남겼다. OPS에서 ‘전국 2등 & 반 2등’ 기록을 제일 많이 남긴 선수가 김 코치다. 1987, 1988년에는 이만수(62)에게, 1993년에는 양준혁(51)에게 밀렸다. 단 김 코치는 1993년 홈런왕(28개)을 차지하면서 팀 후배 양준혁을 물리치고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얻었다. 양준혁은 그해 신인상을 탔다.

세월이 흘러 양준혁 해설위원이 ‘피펜’ 노릇을 맡을 때도 있었다. 해태(현 KIA)와 LG에서 뛰다가 삼성으로 돌아와 두 번째로 맞이한 2003시즌 때였다. 당시 이승엽(44)은 현재까지 아무도 깨지 못한 한 시즌 56홈런을 날렸다. 양 위원 역시 이해 개인 통산 최다인 33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일 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네 시즌 모두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 코치나 양 위원을 피펜으로 꼽는 데 한계가 있는 이유다. 삼성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2002년에는 양준혁보다 마해영(50)이 피펜에 가까웠다.

이런 사정까지 고려하면 2000년 현대 박재홍(47)을 한국 프로야구의 피펜으로 꼽을 만하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그해 32홈런(6위), 30도루(3위)를 기록하면서 개인 통산 세 번째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타점은 115개로 전체 1위였다.

현대는 그해 91승 40패로 시즌을 마치면서 역대 팀 최고 승률 기록(0.695)을 남겼다. 박 위원이 MVP를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시즌 MVP는 박 위원이 아니라 팀 동료 박경완(48)이었다. 박경완 현 SK 수석코치는 이해 주전 포수로 팀을 이끌면서 타석에서도 40홈런을 때려 홈런왕에 올랐다.

개인 기록으로만 따지면 2014년 넥센(현 키움) 박병호(34)도 프로야구의 피펜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박병호는 이해 52홈런을 치면서 당시 기준으로 역대 8위에 해당하는 OPS 1.119를 기록했다. 그러나 리그는 물론 팀에서도 2위였다. 강정호(33)가 현재도 역대 3위에 해당하는 OPS 1.198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해 정규시즌(MVP)은 박병호도 강정호도 아닌 같은 팀의 서건창(31)이었다. 서건창은 당시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200안타(타율 0.370) 고지를 점령하면서 우투좌타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규시즌 MVP가 됐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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