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지하주차장서도 GPS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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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호 연결해주는 장치 활용
내달 남산1호터널서 시범 설치… 이용자들 별도 수신장비 필요없어
내년 강남순환도로 등으로 확대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빠르고 정확한 길을 안내한다. 주행제한속도를 초과할 경우 바로 알려줘 안전운전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든든한 내비게이션도 가끔 답답할 때가 있다. 지하차도나 터널을 지날 때면 갈림길을 놓치거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해 목적지 도착 예정시간이 빗나가곤 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지하까지 도달하지 않는 이른바 ‘음영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서울시는 지하차도나 터널에서 GPS 신호가 끊기는 현상을 해소하는 기술을 다음 달 남산1호터널에서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시와 서울기술연구원은 지난해 10월 GPS 음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공모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류지훈 한국뉴욕주립대 교수와 정보기술(IT)기업 ㈜네오스텍 컨소시엄이 제안한 기술이 최종 선정됐다.

선정된 기술은 ‘미니 위성’ 역할을 하는 장치를 활용한다. 인공위성처럼 GPS 신호를 내보내는 장치를 지하 공간에 일정한 간격(50∼100m)으로 설치하는 식이다.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은 이 장치가 내보내는 GPS 신호를 받아 지하차도나 터널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안내할 수 있게 된다. 또 차량의 이동속도 등도 정확히 파악해 목적지 도착 예상시간이 실제와 차이 나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신호 발생 장치 설치비용은 개당 약 100만 원 수준이다.

이 기술은 기존 스마트폰이나 내비게이션으로 충분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운전자가 추가 비용을 내거나 다른 기기를 살 필요 없이 기존 GPS 활용 기기를 갖고 있다면 모두 이용 가능하다.

정영제 서울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외 일부 도시들이 차량에 별도의 무선장치를 설치해 지하공간을 지날 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며 “별도 장치, 프로그램 등을 설치하려면 추가 비용이 들고 번거로워 널리 퍼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술이 확산되면 지하주차장에서 내 차 찾기나 지하공간에 있는 공유자전거 ‘따릉이’, 킥보드 등의 위치 확인이 쉬워진다. GPS 기반 이동거리를 계산하는 결제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지하철 이용자용 내비게이션 등의 새로운 서비스 등장도 앞당길 수 있다. 또 자율주행차량이 실제 도로를 달릴 때 지하공간에서도 정확한 위치와 주행 상태 등을 파악하는 게 가능해진다.

시는 우선 다음 달 남산1호터널(지하구간 약 1.53km)에 GPS 신호 발생 장치 10개를 설치한다. SK텔레콤과 함께 해당 장치에서 나오는 신호가 차량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지 검증하는 작업을 벌인다.

잠실광역환승센터에도 신호 발생 장치를 설치한다. 지하인 이곳은 시내버스나 광역버스가 진입할 때 GPS 신호를 받지 못해 버스 도착시간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등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에는 500m 이상 터널과 지하차도로 확대된다. 대표적인 지하도로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비롯해 내부순환로의 홍지문·정릉터널, 종로구 평창동과 성북구 정릉동을 잇는 북악터널 등 20개 터널 약 29.8km 구간에 신호 발생 장치를 설치한다. 이 사업에 약 12억 원을 투입한다. 이후 서부간선지하도로 등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으로 잡힌 지하도로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gps 신호#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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