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칼럼]대한민국 Z세대의 불행과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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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디지털 환경서 자란 Z세대
한국 인구 중 800만… 미래의 주역
물질적 풍요 누리지만 불행 호소
재난이 연 비대면 세상, 변화 시작
Z세대가 주인공 될 기회로 만들어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Z세대는 일반적으로 현재 10∼25세 사이인 연령층을 지칭한다. 이들의 부모는 주로 40세에서 55세 사이인 X세대인데, 그 사이는 밀레니엄(Y2000) 세대, 즉 Y세대로 구분된다. 이렇게 약 15년 간격으로 X, Y 그리고 Z로 세대 이름이 바뀌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나이에 따라 인생관이나 가치관에도 현격한 차이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Z세대는 디지털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반면에 X세대는 어린 시절에 컴퓨터를 접하긴 했으나 아직은 아날로그 사회에서 성장한 연령층이다. 그리고 그 사이 Y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가 섞인 환경에서 성장했다. 참고로 미국 주간지 타임이 매년 한 번씩 표지기사로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로 사람이 아닌 컴퓨터를 소개한 것이 1983년이었다. 아울러 요즘과 같은 사이버세계 구축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월드와이드웹(WWW·World Wide Web)은 1991년에 처음 등장했다.

Z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 장비와 어울려 지냈고 인터넷 소통이 자유롭다는 측면에서 디지털 세상의 원주민들이다. 반면에 X세대 대부분은 디지털 환경에 서툴 수밖에 없다. 익숙해진 현지어로 원주민처럼 생활하는 자녀들과 그렇지 못한 부모는 이민 가족의 흔한 모습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국어 억양이 남는 부모들처럼 X세대는 결국 성장 후 디지털 세계로 삶터를 옮긴 이민자들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컴퓨터나 모바일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Z세대는 X세대에 비해 훨씬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실제 세상과 디지털 세계에서 서로 다른 두 개성을 지니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닌 듯싶다.

우리 전체 인구 중 Z세대는 800만 명 남짓이며, 대한민국 미래는 결국 이들이 가꾸어 갈 것이다. 그런데 크게 아쉬운 점은 이들 대다수가 스스로의 인생을 행복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한 교육단체는 2016년에 전 세계 20개 국가에 대하여 Z세대가 느끼는 행복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그리고 중국은 세계 평균인 60점이었지만 우리는 최하위권으로 29점을 받았다. 그리고 2018년에 한 언론사가 행한 ‘우리나라는 행복한 국가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이에 동의한 20대 청년층은 3명 중 1명꼴이었다. 반면에 40대는 거의 절반 정도가 행복한 국가라고 답했다.

사실 Z세대는 민족의 긴 역사를 통해 물질적으로는 가장 풍요로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듯 이들의 삶은 행복에서 오히려 멀어졌다. 각자도생(各自圖生)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 낸 기적 같은 경제발전이 빛이라면, 그 과정에서 배려와 나눔의 문화가 피폐해진 것은 그림자다. 상부상조의 전통을 회복하면서,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짙은 그림자라면 이로 인한 세상 변화는, 특히 Z세대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바이러스로 인해 기업 비즈니스만이 아니라 교육, 의료, 문화 그리고 공공업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非對面) 활동이 필수적인 삶의 형태로 바뀌었다. 소위 e스포츠까지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 원주민인 Z세대가 더욱 소중한 인적 자원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결국 인류의 삶 자체가 바뀌는 혁명적 변화이기에, 우리가 당장 처할 어려움은 지대할 것이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고 추운 것과 마찬가지다. 전통 산업에서는 일자리가 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만큼 노동력이 단기간에 재배치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리고 디지털화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초단기 일자리를 소개받고 여기에서 소득을 얻는 ‘기그(Gig) 노동자’, 즉 특수고용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 틀림없다. 통상의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전혀 새로운 직업군의 기그 노동자들도 사회적 안전망에 포함시켜야 한다. 우리 사회 기존의 각종 노동조합이 이들을 위한 배려와 나눔에 모두 함께 앞장서면 좋겠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z세대#디지털 사회#비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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