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잡이 리더를 보고 싶다[오늘과 내일/박중현]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0-05-21 03:00수정 2020-05-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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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의 요체는 딜레마 관리
한손잡이 정책 한계 뛰어넘어라
박중현 논설위원
3월 말 당정청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처음 모였을 때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들고 온 소득 하위 50% 가구 지원 구상에 유일하게 편들어준 인물이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기세에 밀려 지급대상이 하위 70%로 늘고 총선 후 다시 전 국민 지급으로 결론 나는 과정에서 부총리가 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버티는 모습을 보였던 데에도 김 실장의 심정적 조력이 있었다고 한다. 진보성향 학자로 현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청와대에 들어간 김 실장이 총선을 전후해 보인 모습이 의외여서 기억에 남았다.

김 실장은 작년 10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양손잡이 경제학자’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트루먼 미 대통령 일화를 빗댄 표현이다. “한편으론(on the one hand) 이렇지만 다른 한편으론(on the other hand) 저렇다”식으로 정책 장단점을 함께 거론하는 경제학자들을 보고 트루먼이 짜증내며 “손이 하나만 있는 경제학자를 데려오라”고 했다. 김 실장은 또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대통령도 나처럼 양손잡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란 말이 익숙해질 정도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정부는 ‘한쪽 손’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위기에 빠졌다. 국민 안전을 위해 격리를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경제활동을 재개해 무너진 가계·기업을 살려야 하는 게 모든 정부가 처한 딜레마다. 저소득층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풀어야 하지만 재정적자 확대로 국가신용도 하락, 외국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건 기축통화국이 아닌 개도국의 딜레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최고경영자(CEO)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는 경영학이 오래 고민해온 주제다. 최고의 경영전문가들 중에 위기 속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프로블럼(problem)’과 ‘딜레마(dilemma)’를 구별하는 능력을 꼽는 이들이 있다. 말 그대로 ‘문제’를 만나면 해법(solution)을 찾아 실천에 옮기는 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딜레마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대응 방식이 달라야 한다. 현명한 대처법은 한쪽을 대뜸 선택하지 말고 상황을 관리(manage)하면서 이를 극복할 창조적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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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경제정책은 ‘한손잡이’란 비판을 받을 만했다. 소득 양극화를 ‘문제’로 인식한 정부는 2년 만에 30% 가까이 최저임금을 올리는 해법을 썼다. 긴 근로시간도 ‘문제’로 보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답으로 내놨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편의점주, 음식점 주인들이 직원을 해고해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다. 탄력근로제 보완 없이 근로시간 감축을 강행하자 근로자는 수입이 줄고, 기업은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딜레마를 정답이 있는 문제로 인식하다 보니 속도 조절 등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와 총선 압승 이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로 나갔다가 유턴하려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수도권 규제,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20년간 진척 없는 원격의료 등의 사안에 대처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기류가 달라졌다. 섣불리 다루면 지지층이나 여당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코로나 사태가 금기에 가까운 딜레마를 뛰어넘을 기회를 제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0일 취임 3주년 연설의 대부분을 경제 문제에 할애했다. 정권 초부터 수많은 논쟁을 부른 ‘소득주도 성장’은 빠졌다. 오너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나라의 전문경영인으로 일할 시간이 이제 2년 남았다. 그 안에 최대한 많은 딜레마를 극복하고 성공한 국가 경영자로 기억되려면 대통령이 제일 먼저 능수능란한 양손잡이 리더가 돼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국가경영#한손잡이 정책#양손잡이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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