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짜·음해 청원에 속수무책… 靑 국민청원 실명 책임 강화해야

동아일보 입력 2020-05-21 00:00수정 2020-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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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월 딸이 초등학교 5학년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해당 학생과 부모를 처벌해 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가짜로 드러났다. 그 청원은 53만3883명의 동의를 받은 뒤에 삭제됐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가짜 뉴스의 배포지가 된 셈이다.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국민청원의 신뢰를 함께 지켜내 주길 당부한다”고 했으나 당부만 할 게 아니라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올 1월에는 청와대에 가짜 청원 글을 올려 동거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여자가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해 2월에는 ‘동생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소 알고 지내던 청소년 남녀 무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으나 경찰 확인 결과 가짜로 밝혀졌다.

청원법에 따른 청원에는 청원인의 성명과 주소를 밝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을 통해 별도 가입절차 없이 청원을 올릴 수 있다. 닉네임 사용도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가 청원법의 틀을 벗어나 멋대로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들 때부터 가짜 청원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청원의 장을 넘어 정치적 쟁점이나 이념을 둘러싼 대립의 장으로 변질돼 비판을 받은 지는 오래다. 동의는 동일한 컴퓨터에서 계정을 바꿔가며 한 안건에 대해 4번까지 가능하고 한 계정에 여러 개의 ID를 보유할 경우 그 이상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 숫자는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별다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숫자 놀음을 즐기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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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해성 청원, 황당한 청원 등도 적지 않다. 인터넷주소를 추적해 청원을 올린 이를 찾는다고 해도 명예훼손이 아닌 한 처벌할 법적 근거는 뚜렷하지 않다. 청와대는 최소한 청원할 때만은 따로 실명인증과 회원가입을 강제하고, 청원에 대한 동의는 한 번만 가능하도록 하는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청원#가짜 청원 글#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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