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어르신 “공부하러 올 때가 가장 기뻤어요”

지명훈 기자 입력 2020-05-21 03:00수정 2020-05-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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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성인배움교실’ 졸업식서
93세 김세영 씨, 학력인정서 받아
11개 읍면동서 126명 졸업생 배출
맹정호 서산시장(오른족)이 거동이 불편한 가운데 문해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동시에 초등학교 졸업자격을 인정 받은 93세 김세영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서산시 제공
“졸업해서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서운해….”

19일 오전 11시 충남 서산시 지곡면 대요2리 문화센터에서 열린 ‘성인문해교육배움교실’ 졸업식. 올해 93세로 졸업하는 김세영 씨는 맹정호 서산시장의 축하 인사에 “공부하러 올 때가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6년간 학업에 정진한 끝에 졸업했고, 졸업생 가운데 10%가량만 받는다는 초등학교 학력인정서도 받았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교육감 표창장을 전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배움교실 졸업식이 19일을 시작으로 내달 2일까지 서산시내 11개 읍면동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올해 126명이 졸업장을 받아 서산시 배움교실 졸업생은 생긴 지 14년 만에 1200명(1224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초등학력 인정과정 졸업생은 김 씨를 포함해 13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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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교실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성인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초등 과정이다. 충남도내에서 서산시가 2006년 처음으로 개설하고 강사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시작했다. 그 후 여타 시군이 같은 교육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확산됐다.

초등학교 수준의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생활상식을 가르치는데 주력은 읽고 쓰고 셈하기다. 주 2, 3회 마을 경로당 등으로 강사들이 찾아가 이 과목들을 가르친다. 사설 교육기관까지 찾아가기 어렵고 인터넷에 익숙지 못한 시골 노인들에게 찾아오는 배움교실은 최고의 학습 전당이다. 6년 과정을 3년에 교육한다는 게 목표였는데 학습을 따라하기 어려워 8년 만에 마치는 경우도 있다. 시 평생교육과 전진경 주무관은 “어르신 중에는 배우는 게 재밌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즐겁다며 졸업을 일부러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시에는 글과 숫자를 깨친 노인들의 소감이 끝없이 전해진다. “글자를 몰라 남편과 시댁에서 무시를 당했는데 이젠 그런 일은 없어요.” “아들이 성적표를 갖다 줘도 제대로 읽지를 못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손자가 문자를 보내오면 읽을 수 있고 답장도 할 수 있게 됐어요.”

2015년 초등학교 학력인정 과정을 졸업하고 올해 중학교 예비과정까지 마친 고희순 씨(74)는 충남도교육청 서부평생교육원의 ‘어르신 자서전 쓰기’ 과정을 다니면서 ‘노인예찬, 인생은 달다’라는 책까지 펴내기도 했다.

19일의 졸업식은 졸업영상 상영, 표창 및 졸업장 수여, 졸업 소감 발표, 졸업가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수업에 성실히 참여한 노인 25명 전원이 졸업장을 받았다.

맹 시장은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어르신들이 보여주신 도전과 열정은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성인문해교육배움교실#초등학교 학력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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