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 회사채·CP 사들인다…한은, 8조 직접대출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20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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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사상 첫 발권력 동원 SPV 자금지원
정부 "20% 정도까지 신용위험 흡수"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단기사채까지 매입하는 10조원 규모의 특수목적기구(SPV)가 6개월간 한시적으로 가동된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SPV 설립에 나선 것이다. 정부가 1조원을 출자해 산업은행의 출자를 뒷받침하고, 산업은행이 1조원의 후순위 대출금을 지원한다. 한국은행은 SPV에 8조원의 선순위 대출로 자금을 부담한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회사채 매입 지원에 나서는 것은 역대 처음있는 일이다.

◇10조 규모 SPV…자금 구성 어떻게

정부와 한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SPV 설립 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저신용 포함 회사채·CP를 매입하는 SPV를 세우기로 한 바 있다.

이번에 출범하는 SPV는 정부 출자를 토대로 한 산은 출자 1조원(10%), 산은 후순위 대출 10조원(10%), 한은 선순위 대출 8조원(80%) 등 모두 10조원 규모로 구성된다. SPV가 설치되는 산은이 채권 매입을 주도하지만, 자금 지원 대부분을 사실상 한은이 맡는 식이다. 대신 한은의 신용 위험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직접 출자에 참여하게 됐다.

정부의 출자 참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회사채CP 매입 방식을 일정 부분 따른 것이다. 미 재무부는 SPV에 지원금의 10%를 출자해 리스크를 지고 있다. 한국판 SPV는 산은의 후순위 대출까지 포함하면 정부가 신용위험을 20%까지 떠안는 셈이다. SPV 운용 규모가 축소시에도 한은 선순위 대출금부터 우선 상환이 이뤄진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0조원을 기준으로 20% 정도까지는 정부와 국책은행이 신용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라며 “신용위험이 과중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운용하면 20%라는 버퍼는 충분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신용위험을 지게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회사채 매입 지원에 나서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의 SPV에 대한 직접대출은 한은법 제80조에 근거한다는 설명이다. 한은법 제80조에 따르면 한은은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금융통화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영리기업에 대출해줄 수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저신용 기업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실적 악화에 더해 금융시장에서의 자금공급 기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물경제 상황과 금융불안 리스크를 감안할 때 한은이 회사채 매입기구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지원하는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은의 자금 지원은 캐피탈 콜 방식으로 이뤄진다. SPV가 자금을 요청할 때 대출에 나서게 된다. 정부의 출자금 1조원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5000억원, 내년도 예산 5000억원으로 마련된다. SPV 출범은 3차 추경안이 통과된 이후에 가능할 전망이다.

◇매입 대상은…‘투기등급’도 포함


SPV가 출범하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CP단기사채 매입에 나서게 된다. 우량(AAA~AA), A등급을 주로 매입하되 BBB등급 이하 채권도 사들일 방침이다. 투기등급인 BB등급의 경우 코로나19 충격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경우, 이른바 ‘추락천사(Fallen Angel)’로 한정했다. CP와 단기사채는 A1~A3가 대상이다.

2년 연속 100% 이하 기업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놓은 기업들을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매입대상 채권 만기도 3년 이내로 제한을 뒀다. 동일기업과 기업군에 대한 매입 한도는 SPV 전체 지원액의 2%, 3% 이내로 정했다. SPV 매입금리는 시장금리에 일부 가산 수수료를 추가한 형태로 운용한다.

정부는 한은과 산은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SPV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결정하기로 했다. SPV 설립 전 정책 공백을 감안해 필요시 산은이 회사채 CP 등을 우선 매입할 예정이다.

SPV 운용규모 확대와 운영기간 연장 여부 등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발표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 후 시장안정 여부를 감안해 연장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반대로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고려해 필요시 20조원까지 규모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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