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는 한국 술 살리자”…주류 규제 대폭 줄인 정부

뉴시스 입력 2020-05-20 06:37수정 2020-05-20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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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국세청, 19일 주류 규제 개선 방안 발표해
OEM 제조 허용, 소규모 제조자·유휴 시설 활성화
소규모 주류 제조업자에 도움 될 규제 완화 나서
한국 주류 설 곳 줄어…5년새 출고량 36만㎘ 감소
전문가 "세수 확대보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
정부가 주류 제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걸쳐 규제를 대거 손질하겠다고 나섰다. 시장 규모는 그대로인데, 주류 수입량은 계속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서다. 기업에 채웠던 족쇄를 풀어 한국 주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각오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류의 ‘주류 규제 개선 방안’을 내놨다. 임 실장은 “최근 주류 시장은 성장세가 정체돼 있음에도 주류 수입은 증가하고 있어 한국 주류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선안은 수제 맥주·전통주 등 소규모 주류 제조업자의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주류의 OEM 제조 허용’이다. 현재 주류 제조 면허는 제조장별로 발급돼 제조업자가 타 제조장에 “술을 생산해 달라”고 주문할 수 없다. 앞으로 OEM 제조가 허용되면 면허를 가진 업체는 타사 시설을 이용해 주류를 위탁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아이디어를 가진 소규모 주류 제조업자는 시설을 갖추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데, 전국에 놀고 있는 설비가 많다는 설명이다. 주류 OEM 제조가 허용되면 원가가 낮아져 소비자 판매가가 저렴해지고, 리쇼어링(Reshoring·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겼던 기업을 자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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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관련 규제도 풀었다. 주류 운반 시 택배 차량을 이용할 경우 ‘주류 운반 차량 검인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아도 되도록 표시 의무를 면제한 것이다. 현재 주류 제조업자는 상품을 옮길 때 반드시 이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택배 차량에는 이 스티커를 붙이기 어려워 주류 제조업자는 그동안 운반 차량을 직접 소유하거나 전속 임차해야 했다.

이 밖에 주류 제조법 변경 절차 간소화(승인→신고), 주류 신제품 출시 소요 기간 단축(30→15일), 주류 첨가 재료에 ‘질소가스’ 추가, 홍보 등 용도 시 면허 없는 주종의 제조 허용, 전통주 제조업자의 납세증명표지 첩부 의무 완화, 국가·지방자치단체 위탁 전통주 홍보관의 시음 행사 허용 등도 소규모 주류 제조업자가 수혜를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정부가 규제 완화에 발 벗고 나선 것은 한국 주류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한국 주류 출고량은 380만8000㎘에서 343만6000㎘로 쪼그라들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마이너스(-) 2.5%다. 이 기간 수입 주류 출고량은 20만7000㎘에서 49만5000㎘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24.4%에 이른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한국 소비자에게 한국 주류가 외면받는 상황이 수치상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존 주류 제조업자들에게 적용됐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완화해 한국 주류 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관련 법·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봤다”고 귀띔했다.

민간 전문가도 “이번 개선안은 세수 확대보다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정지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주류 관련 세목인 주세·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 등은 맥주·탁주 등 종량세(과세 대상의 용량에 따라 세율을 결정하는 것)인 주종이라면 한국산이든 외산이든 똑같이 적용된다”면서 “가격에 따라 세율을 결정하는 종가세 주종인 소주·위스키(양주) 등은 값비싼 수입산을 파는 것이 세수 차원에서 오히려 낫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에게 세제상 혜택도 주고 있다. 출고량 200㎘까지는 과세 표준의 60%를, 201~500㎘까지는 40%를, 500㎘ 초과 시에는 20%를 경감해준다. 원재료 중 쌀 비중이 20%를 넘으면 70%를 줄여준다. 이번 개선안에도 ‘소규모 주류·전통주 제조장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파는 주류는 주세를 면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강 과장은 “한국산 주류 판매가 늘어나고 수입산이 줄어든다고 단편적으로 가정하면 세수는 감소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번 개선안으로 한국 주류 산업에 경쟁력이 생기면 수출량이 늘어나지 않겠느냐. 장기적으로 볼 때 소규모 주류 제조업자가 성장해 수출하는 단계가 되면 걷을 수 있는 법인세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올해 정기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한다. 하위 법령 중 시행령은 오는 12월, 고시는 3분기 중 개정을 추진해 규제 완화를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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