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직원 믿는다” 뚝심 리더십… 직원들 자발적 변화 이끌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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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전환 성공한 ‘오렌지라이프’의 비결

오렌지라이프가 분기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데모데이(Demo day) 모습. 오렌지라이프는 분기별로 데모데이를 열어 우수 애자일 사례를 공유하고 ‘베스트 애자일 동료’를 선정해 포상한다. 오렌지라이프 제공
오렌지라이프가 분기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개최하는 데모데이(Demo day) 모습. 오렌지라이프는 분기별로 데모데이를 열어 우수 애자일 사례를 공유하고 ‘베스트 애자일 동료’를 선정해 포상한다. 오렌지라이프 제공
2019년 경영계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애자일’이었다. 연초부터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 신년사에 이 단어가 등장한 이후 많은 회사가 조직 내 애자일 도입을 선언했다. 그러나 애자일 전환을 시도한다는 기업은 많지만 실제 성공 사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수의 경영자들이 애자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 내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애자일 전환 과정을 들여다보면 대다수의 기업이 애자일을 ‘업무를 빨리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툴(tool)’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애자일은 단순히 업무의 속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방법론이 아니다. 오히려 문화이자 철학에 가깝다. 2001년, 애자일을 처음 소개한 애자일 얼라이언스(Agile Alliance)는 애자일 경영을 “조직이 일종의 ‘성장 마음가짐(mindset)’을 통해 운영되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렌지라이프는 국내 기업, 그중에서도 비(非)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조직문화에 천착해 진정한 의미의 애자일 전환에 성공한 회사다. 다수의 기업이 애자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하나의 방법론으로 접근한 것에 비해 이 회사는 처음부터 애자일을 조직문화로 인식하고 오랜 준비 기간을 통해 전사적 업무 혁신을 이뤄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0년 4월 2호(295호)에 소개한 오렌지라이프의 애자일 전환 성공 비결을 요약해 소개한다.

○ 리더십의 솔선수범이 변화를 만들다


오렌지라이프가 애자일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조직 리더들의 솔선수범이다. 그중에서도 정문국 대표가 변화에 대해 굳은 의지를 가졌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 대표는 저성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경영의 큰 흐름 속에서 기존 생명보험회사들이 핀테크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디지털 기술 도입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고객 중심 마인드세트로 변화하고, 고위층 임원이 아닌 고객 접점의 직원들이 현장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이런 철학을 가졌던 덕에 그는 애자일 전환을 시도하면서 직접 애자일에 대해 학습하고 발로 뛰며 성공 사례들을 찾아다녔다. 특히 2018년 여름, 부사장급 임원 5명을 인솔해 유럽의 주요 기업들을 돌며 애자일 전환 성공 사례들을 학습했다. 그리고 직접 보고 배운 지식과 노하우들을 조직에 이식하기 위해 솔선수범했다.

애자일 전환은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작업이고, 그렇다 보니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리더들의 꾸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수의 리더는 조직문화를 회사의 전략이나 성과와는 관련이 없는 파편적이고 부분적인 문제로 치부해 왔다. 그래서 애자일을 도입하려는 대다수의 리더는 애자일을 본인의 업무로 생각하지 않고 별도 담당자를 두고 성과를 내라고 닦달하기만 한다. 이런 방식의 애자일 전환은 변죽만 올리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 조직원들의 반발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감을 이끌어야


보통 조직문화 프로젝트는 프로젝트팀 내에서만 내용이 공유된다. 그래서 직원들은 회사 내부에서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그 결과가 공표되면 느닷없이 그 방향을 따라야 한다. 그럴수록 변화에 대한 직원들의 저항만 심해진다. 오렌지라이프는 그래서 애자일 전환 과정에서 처음부터 직원들에게 과정을 투명하게 오픈하고 직원들을 적극 참여시켰다. 일례로 프로젝트 초기, 오렌지라이프에 맞는 조직구조를 만들기 위한 단계에서 총 세 번의 워크숍을 열고 회사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이들에게 회사의 변화 방향성과 컨설팅 펌이 제시한 조직 구조 모델을 제시하고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정 사항에 반영했다. 특히 마지막 2개월 동안은 이른바 ‘개방형 테스트 런(Test run)’을 시작했다. 조직원들이 변화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두 달 동안 세 개의 스쿼드를 조직해 이 스쿼드에서 애자일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한 것이다. 특히 이 테스트 런 팀이 일하는 애자일 오피스를 부사장실 앞에 꾸며 전 직원들이 지나다닐 때 이들이 일하는 방식을 자연스레 곁눈질하게 했다. 일종의 ‘애자일 쇼룸’을 운영하며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는 조직원들에게 변화될 모습을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 직원을 믿으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애자일 경영은 고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현업 실무자에게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고객과 접점에 있는 실무자들이 고객의 니즈를 가장 잘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실무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 부여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는 애자일 전환 초기부터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높이는 방법을 강구했다. 과거 업무와 목표를 위에서 짜서 아래로 순차적으로 세분화해 내리던 방식을 벗어나 스쿼드별로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을 정하고 스스로의 목표를 정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주기적으로 애자일 성과를 공유하고 잘한 직원을 선발해 ‘베스트 애자일 동료(Best agile colleague)’를 뽑아 포상하는 제도도 만들었다. 회사의 문화가 관리와 통제 중심에서 자율과 책임 중심의 문화로 바뀌는 성과들이 나타났다. 정 대표는 “조직이 수평적으로 변하면서 애자일 전환 전, 저성과자로 불리던 직원들의 자발성이 눈에 띄게 커졌다”며 “이로 인해 높은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애자일(Agile) ::

애자일은 2001년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의해 탄생한 개념으로 시장 변화가 빠른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만들자는 취지로 탄생했다. 최근에는 의사 결정의 속도와 질을 높이기 위해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고객과 접점에 있는 실무진에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특징을 가진 ‘일하는 방식’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애자일#오렌지라이프#리더십#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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