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명령’ 약발 떨어진 뉴욕-도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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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내달 13일로 재택 연장에도 격리 피로감 늘며 외출 잦아져
맨해튼 술집엔 젊은층 모여 북적, 부유층은 교외로 주거 옮기기도
日 대도시 상점 ‘자체 영업재개’… “긴급사태는 정치 음모” 시위까지

“원 안에서만 쉬세요” 17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도미노공원에서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잔디밭 위에 그려진 흰색 원 안에서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장기 격리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미
 방역 당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원 안에서만 쉬세요” 17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도미노공원에서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잔디밭 위에 그려진 흰색 원 안에서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장기 격리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미 방역 당국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과 일본의 가장 큰 도시인 뉴욕과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격리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시민이 늘고 있다. 상점이 문을 열고 관광지에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19의 제2 확산에 경고등이 켜졌다.

주말인 16, 17일 뉴욕의 나들이 명소는 인파로 붐볐다. 뉴욕 시에 대한 재택 명령이 다음 달 13일까지로 연장됐지만 ‘격리 피로감’에 지친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맨해튼 루스벨트아일랜드 남단 ‘포프리덤파크’는 17일 케이블카를 타고 이스트강을 건너온 주민들로 북적였다. 주말 밤 맨해튼 식당과 술집 앞에서는 젊은이들이 모여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모습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코로나 피난’을 떠나는 인파도 늘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3, 4월 뉴욕 시민들의 우편물 주소지 변경 신청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갑절인 각각 5만6000건, 8만1000건으로 늘었다. 임시로 우편물을 받을 주소로 바꿔 놓고 집을 떠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맨해튼의 부유층 거주지인 어퍼이스트사이드 등지에서 신청이 많았고, ‘필수업종’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신청이 적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총기 사고 등 강력 범죄는 늘고 있다. 뉴욕에서 지난주 23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해 전년 같은 기간(8건)에 비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조지프 자칼로니 존 제이 칼리지 교수는 뉴욕포스트에 “날씨가 더워지자 자택 격리 명령에 대한 사람들의 인내심이 줄고 거리에 나오는 사람도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14일 39개 지자체에 대해 긴급사태를 해제한 일본에서는 도쿄 등 긴급사태가 유지되고 있는 8개 지자체에서도 ‘자숙’을 푸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도쿄 오사카 등에서는 주요 백화점과 상점 상당수가 자체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동네 음식점들도 손님을 맞았다.

일본 통신사 NTT 도코모가 휴대전화 위치정보 서비스를 이용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도쿄 신주쿠역 앞 유동인구(16일 기준)는 2만9000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7% 늘어났다. 오사카 우메다역 앞은 3만 명으로 3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의 대형 전자상가 직원은 “방문객이 지난 주말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외출 자제 요청을 빨리 풀라’는 시위도 벌어졌다. 16일 오후 도쿄 시부야역 앞에서 시민 단체 회원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긴급사태 선언은 시민을 압박하려는 정치적인 음모”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당국은 성급한 ‘셀프 격리 해제’ 움직임을 경계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경찰관들을 배치해 술집 밖에서 파티를 즐기는 시민들을 단속하겠다”며 “메모리얼데이(25일) 연휴에도 해변 수영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는 17일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기자회견 도중 코로나19 검사를 직접 받았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검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일본의 코로나19 사령탑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재생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해이해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방심하면 다시 감염이 유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 오사카 등 8개 지역에 대해 21일 긴급 사태 선언 해제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미국#일본#격리 피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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