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갑질의 아픔’ 떠올리기 싫지만…현실은 되풀이

뉴스1 입력 2020-05-18 08:24수정 2020-05-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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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입주민의 횡포로 인해 근무하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던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 뉴스1
“기억이 안 나는데요….”

국산차보다 외제차를 찾기 더 쉬운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대형 백화점으로 화려함을 더한 이곳에서 수년전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을 거라는 생각을 그 누가 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정말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지는 별개의 문제다.


비가 내리던 15일 오후 방문한 이곳에서는 2014년 11월 입주민의 횡포로 인해 근무하던 경비원 A씨가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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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고 최희석씨가 한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는 여전한 사회적 문제로 남아있지만,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 나오기는커녕 시간이 지나면 입주민들 사이에서조차 잊히는 현실만 되풀이되고 있다.

사건 당시 A씨와 함께 근무하던 김인준씨(66)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모든 입주민이 그랬던 것은 아니고, 당시 유독 특정 동에 살던 입주민이 경비원들을 괴롭혔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른 경비원들은 경비원 업무를 몇 년씩 했던 사람들이라서 버텼는데, A씨는 처음 경비직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배치 3개월 만에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예를 들어 입주민이 이사하면 보통 30만원 상당의 폐기물이 나오는데, 경비원들이 폐기물 업체에 돈을 주고 폐기 처분한다”며 “이 입주민은 5만원짜리 한 장과 쓰레기 봉지를 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갑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이날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 가운데 당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6년이 지난 2020년에도 여전히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주민들에겐 이미 잊힌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B씨(39)는 “그때 당시 다른 곳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 일을 자세히 모른다”면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건 발생 당시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C씨(43)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건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주민들은 “모른다”며 답을 회피하거나, “왜 그러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비원 D씨는 “그런 분위기(입주민들의 갑질)가 없는 것 같다”며 “먼저 살갑게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입주민이 경비원을 폭행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 입주민들도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하는 듯했다.

이 아파트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면서도 “이미 지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E씨(40대)는 “아파트에서 궂은 일을 하고, 보안을 신경 써주는 경비원들이 이런 일을 당한다는 게 안타깝다”면서도 2018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외에도 2016년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가 관리사무소장에게 막말을 한 사건을 비롯해 크고 작은 ‘갑질’ 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4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갑질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가 경비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또 주민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입주자 대표에게 말하면 해고를 당하는 실정이다.

다만 최근 강북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서는 입주민들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번 일이 경비원 갑질 사태 해결의 기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진행 중이며, 17일 현재 38만여명이 동의했다.

또 입주민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강북경찰서에 제출할 준비를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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