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괴질’[횡설수설/우경임]

우경임 논설위원 입력 2020-05-16 03:00수정 2020-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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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5세 미만 영유아들이 걸리는 가와사키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 질환이다. 1967년 이를 처음 발견한 일본 소아과 의사의 이름을 따왔다. 해열제가 듣지 않는 고열이 5일 이상 계속된다. 눈이 충혈되고 입술이 붉게 변한다. 혀가 붓고 빨갛게 변해 마치 딸기처럼 된다. 피부 발진도 나타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일본 한국 등에서 나타나는데 한국의 경우 2014∼2016년 연간 5000명가량이 발병했다.

▷서구사회에선 생소한 이 질병을 코로나19가 소환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가와사키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 괴질(怪疾)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 이탈리아 베르가모, 미국 뉴욕처럼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지역에서 환자가 속출했다. 다만 가와사키병과 달리 10대에서도 발병하고 혈관뿐 아니라 심장 신장 등 장기에도 염증을 일으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일 이를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MIS-C)’으로 명명했다. 미국 뉴욕 110명 등 15개 주에서 환자가 보고됐고 유럽에서도 영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영국 미국 이탈리아 의료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그 원인이라고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13일 “어린이 MIS-C 환자들의 60%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40%는 항체를 갖고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고령 환자의 치명률이 높아 ‘부머 킬러(Boomer Killer)’로 불리는 반면 어린이와 청소년은 비교적 가볍게 앓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어린이들에게 이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면 전적으로 다른 이야기가 된다.


▷우리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MIS-C 환자가) 국내에서 확인되거나 알려진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유행했던 2010년에도 가와사키병 환자가 늘었었다. 가와사키병은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거나 바이러스 침투 시 면역체계가 이상 반응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염병 사태 속에서 마냥 안심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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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괴질’이라는 용어가 공포심을 야기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MIS-C의 발병 비율이 높지는 않은 데다 조기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코로나19는 무증상 감염자가 숨은 전파자가 되고, 증상이 발현하기 직전에 전파력이 왕성하다. 바이러스가 온몸 이곳저곳을 공격해 합병증을 일으키고 사이토카인 폭풍이나 염증 증후군처럼 면역체계의 빈틈을 파고든다. 인류가 만나보지 못한 아주 고약하고 끈질긴 바이러스임에는 분명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가와사키병#어린이 괴질#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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