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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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심리학/발터 슈미트 지음·문항심 옮김/304쪽·1만5000원·반니

우아한 저녁 식사를 위해 창가 자리를 콕 집어 예약하는 이유는 뭘까. 승진한 누군가가 “그전 사무실은 창문이 손바닥만 했는데 지금은 커다란 창문이 두 개나 있다”고 자랑하는 이유는? 법률가이자 심리학자인 폴커 키츠는 “창문이 두 개인가 세 개인가는 그 사람의 지위를 명확히 나타내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저 벽에 뚫은 구멍인 창문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심리적 요인이다. 창밖 풍경이 사물을 인식하는 범위를 넓혀주고, 좋은 채광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무심코 내가 택하는 자리와 공간은 수많은 무의식적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다. 저자는 진화심리학과 행동과학을 활용해 일상에서 겪는 공간 선택의 심리를 50여 개의 사례를 통해 흥미롭게 전한다. 칸막이가 있는 책상이 왜 비효율적인지, 상사의 사무실은 왜 높은 곳에 있는지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이야기들이다.

요즘 화두인 ‘거리 두기’가 인간의 본능이라는 서술도 눈길을 끈다. 타인과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행위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다만 그 거리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방역을 넘어 타인과 나의 경계를 인식해야 서로의 공간에 대한 존중도 나온다. 결국 거리 두기는 서로를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것임을 보여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공간의 심리학#발터 슈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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