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당나라는 그리스도교 국가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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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십자가/송철규 민경중 지음/752쪽·3만5000원·메디치미디어

신앙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 중국과 복음 전파의 역사는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주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현재 중국의 그리스도교인은 (당국의 통제와 관리하에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2배인 1억 명에 달할 뿐 아니라 이미 당나라 때 실크로드를 따라 그리스도교가 전파돼 융성했던 역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책은 당, 송, 원, 명, 청에 걸친 중국 5대 제국의 흥망성쇠와 함께했던 그리스도교의 전파 과정을 여러 사료와 답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복원해 냈다. 당나라 시대 그리스도교는 황실의 국가 공인 종교였다. 그 사실은 당의 수도였던 장안에 1000기 넘게 묻혀 있던 비석 ‘대진경교유행중국비’가 청나라 시절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실크로드를 따라서 동방교회 소속 시리아인 올로푼 일행의 선교 여행이 시작됐다. 635년 당 태종은 그들을 영접하고 호의를 표했으며 선교 의사를 전한 그들이 성경을 번역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신화와 신의 문명이라 할 수 있는 서양 그리스도교 문명과 유불도 삼교의 융합이 이뤄지던 중국 문명의 역사적 만남”이 시작된 장면이다.

‘경교’로 불렸던 그리스도교는 50년 정도 번성했으나 당나라 무종의 종교 탄압, 선종의 숭불 정책 등으로 급격히 약화됐다. 몽골인과 색목인(이주한 상인 세력, 서구인 등)이 지배층을 형성했던 원나라 때 이르러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던 경교는 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후 청나라의 개항과 근대화로 중국판 사도행전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고 상하이에서 번성한 서양의 과학문물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가 정착된다. 격동의 역사와 함께 부침을 겪으며 빈민 구제, 의료 활동과 교육, 선교에 일생을 바친 선교사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대륙의 십자가#송철규#민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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