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과 관계 끊을 수도” 美中 ‘코로나 냉전’ 승부처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5일 2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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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며 세계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문제를 계기로 사사건건 충돌하며 ‘총성 없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이 1979년 수교 이후 약 40년간 이어진 밀월 관계를 끝내고, 철의 장막을 높게 쌓는 ‘대(大)결별의 신(新)냉전’에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무역합의의 잉크가 마르지 않았는데 갑자기 전염병이 중국에서 왔다. 우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는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으면 50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2018년 기준 557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을 수입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중국과의 무역 관계 단절 가능성까지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미국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시사하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면 그들(중국 기업들)은 런던으로 옮기거나 홍콩으로 가겠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이탈을 감수하더라도 규제를 강행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백악관은 미국 연기금이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사실상 중단시켰다. 또 백악관은 필수 의약품 공급망을 미국 본토로 옮겨오는 행정명령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CNBC는 전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릴 수 있도록 주요 물품의 공급망을 바꾸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를 추진하며 중국의 부상을 지원한 다자무역체제의 힘을 빼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의 조기 사임 소식에 “WTO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한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 못 얻는 이익을 많이 누린다”고 비판했다.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미중의 관계 단절을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으로 규정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중은 (미소 냉전 시대에는 없었던) 무역과 경제적 측면의 상호연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연결성이 끊어진다는 것은 ‘제2의 냉전’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탈중국화 등 미중 관계 단절 움직임과 관련한 대응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주재한 최고 지도부 회의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산업 토대를 재구성하고 산업망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과학기술 혁신 연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진찬룽(金燦榮)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으면 중국보다 미국인들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코로나 냉전’의 1차 승부처는 미소 냉전 시기 우주 경쟁처럼 양국의 자존심을 건 백신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월 대선의 필승 카드로 여긴 경제적 치적이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되고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부정적인 여론은 66%에 달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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