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통합당 뇌 없어…상대를 후진놈 만들라” 일침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0-05-15 15:46수정 2020-05-1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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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 참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제21대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을 향해 “까놓고 말하면 통합당은 뇌가 없다. 브레인이 없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통합당 싱크탱크가 여의도연구원이었는데, 여의도연구원이 망가졌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그는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비판 글을 매일 쏟아내며 통합당보다 더 ‘야당 역할’을 했다. 이에 오신환 의원 등 통합당 젊은 의원들과 당선자들은 진 전 교수를 불러 이날 보수 몰락 원인과 앞으로 진로에 대해 물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솔직히 1~2월 야당 노릇은 저 혼자 하지 않았느냐”라며 “비판 자체도 산업사회적이다. 더 나아야 하고, 상대를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후진 놈’으로 만들어야 한다. 욕하는 게 아니라, 저들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래야 혐오·기피의 감정이 사라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탄핵의 강 못 건너…황교안 체제 지지 못 받아”
진 전 교수는 통합당 총선 참패의 단기적 이유에 대해 “코로나19가 너무 컸다. 그런데 코로나19 없었어도 이 당은 질 수밖에 없었다”며 “한국사회의 운동장은 이미 기울었는데 보수만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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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탄핵의 강을 못 건넌 것”이라며 “전통 지지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투항해버린 것이다. 탄핵은 보수층 대다수가 참여해서 가능했지만 결국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돌아와 보수층도 뒤돌아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 대표가 황교안 씨였다”며 “이 분은 탄핵 총리다. 탄핵 정권 패전투수를 당 대표 시킨 것은 탄핵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통합당, 한국 사회 변화에 적응 못해…정보화 인식 필요”
진 전 교수는 총선 패배의 장기적 원인으로는 변화한 한국 사회와 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통합당의 무능을 꼽았다.

그는 “황 대표가 보수재건의 씨앗이 되겠다는 자세로 종로에 출마해야 하는데 등 떠밀려 나갔다”며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부른 것도 너무 늦었다. 김 위원장에게 권한을 줘야 하는데 선거운동 수준의 일밖에 못하고 공천에 관여하지 못했다. 또 공천도 뒤엎고 문제되는 민경욱 의원 등을 안 잘라 계속 사고쳤다”고 비판했다.

또 “코로나19 대응도 마찬가지”라며 “코로나19는 국가적 재난사태인데 정쟁화하면 안 된다. 국가적 재난사태에는 당리당략을 넘어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정의기억연대와 관련해선 “정의연 사건으로 자꾸 저쪽을 공격하려고 하지마라”며 “회계가 어떻고 저떻고는 언론에 내버려두면 된다. 운동권 방식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고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사회과학적 인식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세상이 달라지고 정보화 세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과학적 윤리적 인식의 현대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알렸다.
“공화주의로 가야…젊은 세대로 권력 넘겨라”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로 공화주의(共和主義)를 제시했다. 공화주의는 개인의 사적 권리보다는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덕을 강조하는 정치적 이념을 말한다.

진 전 교수는 “저들(여권)이 무너뜨린 것은 공정이다. 공적 이익을 자꾸 사적으로 만들며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조국은 잘렸지만, 정의기억연대로 이 프레임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통합당에 “공화주의 이념을 권하고 싶다. 정치는 공적 사항이라는 의식과 실용주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며 “이제 진보 표 보수 표 정책은 없다. ‘흑묘냐 백묘냐’ 이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진 전 교수는 통합당의 세대교체 필요성을 언급하고 “권력을 20·30·40대로 넘겨줄 생각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보수주의자는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젊은 세대에 많은 권한과 권력을 주면 지금 세대와 소통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노쇠한 보수층이 박정희 시대 산업 전사, 반공과 같은 정체성에 집착한 사이 1980년대 이후 들어선 새 세력을 보수로 만드는 대안 서사를 내놓지 못했다”며 “이들의 마음을 놓고 경쟁하는 전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 사회는 1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시대,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는 변화를 겪었다”며 “과거 보수정권이 권력을 잡은 것은 농경사회 사람이 산업적 생산력을 보며 느끼는 경이로움 때문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386세대는 586세대가 돼 주류가 됐는데, 이들에게 공감했던 세력이 2000년대 들어와서 IT 세력으로 주체가 됐다”며 “토목과 건축 등 전통적인 제조업을 보더라도 모두 IT와 결합한다”고 덧붙였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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