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수환 추기경 어린시절 영화 8만 관객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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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3주차 ‘저 산 너머’ 흥행 1위… ‘잔잔한 영상’ 한편의 그림책 보는듯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 ‘저 산 너머’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 ‘저 산 너머’의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제공
한 편의 그림책을 읽는 듯,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어린 시절을 담은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가 개봉 보름 만에 관객 8만 명을 모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 관객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관객의 호평이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3주 차인 14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이날 기준 누적 관객은 8만4871명이다.

‘저 산 너머’는 가난하지만 사랑 넘치는 가정에서 특별한 꿈을 키워간 7세 소년 수환(이경훈)의 이야기다. 누구나 어렵던 일제강점기 1928년, 가난 속에서도 수환의 부모는 천주(天主·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지켜 나간다. 믿음과 가족의 사랑에서 탄생한 씨앗이 소년의 ‘마음 밭’에서 평생을 바칠 소명으로 싹트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렸다.

따스함과 정이 넘치는 가족 이야기, 때 묻지 않은 소년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코로나19 탓에 마음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입소문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동양화처럼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에 국악인들이 참여한 영화음악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교를 넘어 어린이날까지 이어진 황금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소재라는 점도 ‘관객몰이’에 영향을 미쳤다.

종교인의 어린 시절을 다뤘지만 관객들은 “신앙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객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춘 시기, 삶에 대해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고 관람 후기를 남겼다. 26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맡은 이경훈을 비롯한 아역 배우들의 천진난만한 연기가 마음을 더 따뜻하게 한다는 평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김수환#추기경#저 산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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