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반대… 코로나로 경험해본 병원선 긍정 평가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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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日 등 해외선 이미 시행
정부, 부정적 인식 ‘원격의료’ 대신 ‘비대면 의료’로 분위기 반전 노려

정부가 원격의료 검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달라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이번에 원격의료를 처음 경험한 것이다.

원격의료는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으로 나뉜다. 전화나 채팅 등으로 진료를 하는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의료기기를 통해 의사가 원격으로 혈압 등 수치를 확인하는 원격모니터링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의료계는 여전히 전화 진료를 포함한 모든 원격의료 행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대면진료보다 오진 가능성이 크고, 정보통신기술(ICT)이 우수한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려 대형병원 독식이 더 심화될 거란 우려에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대하 홍보이사는 “경제 관련 부처가 산업 육성, 고용 창출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 도입을 논하는 것은 2014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며 “정부는 의료의 질이 저하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병의원의 온도는 조금 다르다. 코로나19로 원격진료를 경험해본 의료진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것. 정부는 2월 24일부터 일선 병원에 전화 상담과 처방, 즉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전화 상담 및 처방을 일시 허용했지만 일부 병원에 한정했다.

전화 처방을 적극 시행한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사이에 환자 상태 파악과 설명 전달이 어려웠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지만 감염 전파를 차단하고 서로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많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때 실시된 전화 상담 전체 26만2121건 중 중소병원(병·의원급)의 진료 시행 건수가 13만4157건(51.2%)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ICT 인프라가 열악한 중소병원이 소외될 거란 기존 의료계 주장과 다른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국가들이 원격의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올해는 이를 초진 환자에까지 확대했다. 중국도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해 현재는 원격진료는 물론이고 의약품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 1990년대부터 원격의료를 허용한 미국의 경우 지난해 기준 관련 시장 규모가 24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기존에 부정적 인식이 큰 원격의료라는 말 대신 ‘비대면 의료’, ‘재택의료’와 같은 새로운 용어를 이용해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원격의료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의료계에 원격의료에 대한 명확한 범위를 제시해 주면 반대가 적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기적 처방이 필요하지만 매번 병원에 올 필요는 없는 만성질환자나 간단히 치료 상태만 확인하면 되는 재진 환자들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이소정 기자
#코로나19#원격의료#원격진료#원격모니터링#ict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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