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보다 더 힘세다는 공수처… 정치적 중립성 확보 ‘산넘어 산’[인사이드&인사이트]

황성호 기자 입력 2020-05-15 03:00수정 2020-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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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출범 두달 앞으로
대통령서 국회의원-판검사까지… 고위공직자 7000명이 수사 대상
檢수사사건도 넘겨받을 수있고… 수사-기소권 가져 권한 막강
처장 추천위원 7명중 6명 동의 필수… 2명은 야당 몫이라 임명 변수
공수처법 후속법안들 국회 계류… 21대서 후보추천위 운영 논의 될듯
변협선 공수처장 후보 추리기 진행
올 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위한 설립준비단 현판식에 정세균 국무총리(왼쪽)를 비롯해 남기명 준비단장(오른쪽),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성호 기자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설치 근거와 그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것임.’

올 1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 취지와 함께 공포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국회를 통과하자 8일 만인 올 1월 7일 국무회의 의결을 했고, 다시 일주일 만에 공포한 것이다.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부칙에 따라 공수처는 법률상 올 7월 15일 공식 출범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공수처의 출범 시점 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공수처장 인사는 공수처의 처음과 끝”


“법이 통과되더라도 공수처가 곧바로 출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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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물리적 충돌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공수처법안이 통과한 직후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은 주변에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강행했지만 공수처법을 자세히 뜯어보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의 후보자 2명 추천→대통령의 후보자 2명 중 1명 지명→국회 인사청문회→대통령 임명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후보추천위의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후보가 추천되고, 추천위원 2명은 야당 교섭단체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양당 교섭단체 체제로 재편된 21대 국회에서 만약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끝까지 후보 추천에 반대한다면 공수처장 임명을 위한 절차가 ‘올스톱’되는 것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기구인 공수처의 처장은 인사권을 상당 부분 쥐고 있다. 차장의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수 있고, 공수처 검사를 뽑는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을 겸하면서 인사위원 1명을 뽑을 수 있다. 올 2월 초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국무총리 직속으로 출범하고, 정부과천청사 5동을 공수처 입주 건물로 정하는 등 실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공수처가 예정대로 출범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공수처 자문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공수처의 처장은 공수처의 사실상 처음이자 끝”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공수처법엔 공수처장 추천위의 운영 규칙을 국회에서 정하도록 했는데, 30일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 국회법 등 관련 후속 법안도 통과돼야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을 진행할 수 있다.

○ 24년 찬반 논쟁 끝에 두 달 뒤 출범

검찰이나 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 외에 공직자의 부패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을 별도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1996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출발했다. 참여연대는 그해 부패방지법안을 국회에 입법청원했고, 그 법안에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라는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을 만드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공수처 출범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특히 참여정부에선 2004년 정부 입법으로 공수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수처와는 별도로 특별검사와 특별감찰관 등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대안이 시행되기도 했다. 1999년 특검제도가 처음 통과돼 13차례 한시적으로 권력형 비리를 수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특별감찰관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과 친인척,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법이 2014년 6월 시행됐다. 하지만 2016년 7월 우병우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감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해임되며 유명무실해졌다. 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대선에서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하면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있다”면서 공수처 출범을 그 사례로 들었다.

○ 고위공직자 7000여 명이 수사대상

공수처의 권한은 막강하다. 반부패 수사기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CPIB)이나 홍콩 염정공서(廉政公暑·ICAC)는 각각 총리와 행정장관(행정부 수반)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독립기관인 공수처는 청와대 등에 보고 의무가 없다. 또 탐오조사국과 염정공서는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이 없는데 공수처는 둘 다 갖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6부 요인과 국회의원, 판사와 검사,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 7000여 명이 공수처의 수사대상이다. 또 공수처는 전직 고위공무원과 수사대상의 가족을 일부 범죄에 한해 수사할 수 있다.

공수처와 경쟁 관계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검찰과 견줘 공수처가 검찰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공수처법 제24조 때문이다.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규정이다. 또 ‘처장은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도 돼 있다.

이 기관엔 검찰도 당연히 포함된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축소됐는데,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를 검찰로부터 넘겨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다만 공수처는 규모 면에선 검찰보다 현저히 작다. 공수처 검사가 공수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 이내로 규정돼 있는 반면 검찰의 인력은 2018년 12월 기준 검사만 2252명이다.

○ 대한변협서 후보군 논의…비(非)검사 거론

공수처 출범의 열쇠인 공수처장 선임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은 대한변호사협회다. 추천위원으로 공수처법에 정해진 변협 회장이 변협 차원에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후보자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10일까지 후보자를 추천받은 변협은 7일 사법평가위원회를 열고 후보자들의 평판을 점검했다. 이후 다음 달 상임이사회에서 최종 후보자 4명을 선별해 추천위에 추천한다. 변협만 추천위에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최대의 변호사단체에서 추천을 받았다는 상징성이 있어 향후 선임 과정에서 무게감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 만큼 초대 공수처장은 검사 출신보다는 법관 출신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퇴임한 대법관과 재판관 등을 포함해 우리법연구회 법관 출신으로 최근까지 법무부 법무실장을 역임한 이용구 변호사(56·사법연수원 23기) 등이다. 변호사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후보자 추천 기준은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능력”이라며 “판사 출신이라고 해서 수사 능력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역대 13차례의 특검에서도 판사 출신이 성공적으로 수사를 이끈 선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 일각에선 검찰이 아닌 법관이나 순수 변호사가 공수처장이 될 경우 수사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특별수사는 결국 수사 경험인데,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의 수사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실천 의지가 핵심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 3월 중순 공수처 준비단의 운영위원회 간사로 이명신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이 활동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청와대가 준비단의 업무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 비서관은 자문위 1차 회의엔 직접 참석했지만 2차 회의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인사는 “정권 입맛에 맞는 공수처를 출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한 김성호 전 장관은 2003년 발표한 공수처와 유사한 해외 사례를 연구한 논문에서 “아무리 완벽한 제도를 갖추고 있더라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이를 왜곡시키면 제도는 지배자의 논리로 전락한 채 유명무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진실로 부패 척결의 길을 가려면 번듯한 이론이나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신념에 찬 실천의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논문을 읽은 뒤 그를 부패방지위원회의 사무처장과 법무부 장관직에 발탁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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