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서 ‘염증성 질환’ 어린이들에 확산…“코로나와 연관있는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4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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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이는 중증 염증성 질환 증상이 어린이들에게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 질환이 코로나19에서 비롯됐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어린이들도 코로나19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런던 거주 어린이 8명에게서 원인 불명의 염증성 질환이 나타난 후 14일 현재까지 영국에서 100명이 넘는 아동이 관련 증세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들은 고열, 발진, 통증과 함께 배탈, 안구충혈, 혈관염증 등이 생겼고 심장이 붓기도 했다. 주로 5세 미만 영유아의 피부와 점막에 급성염증을 발생시키는 ‘가와사키병’과 증세가 비슷하다. 심할 경우 심부전, 호흡곤란,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치명적 염증을 동반한 ‘독성쇼크증후군’이 함께 나타났다.

이 질환에 걸린 아이 중 일부는 인공호흡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고, 그 결과 14세 영국 소년 1명은 13일 사망했다. 이 소년은 평소 건강하고 아무 기저질환이 없었다고 AFP는 전했다. 영국 외에도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 5개 유럽국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어린이 환자가 속속 발생했다.

미국에서도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13일(현지시간) 주 보건 당국이 어린이 염증 질환 102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린이 환자들의 60%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40%는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며 “환자들이 몇 주 전에 코로나19에 노출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외에 코네티컷, 뉴저지, 델라웨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15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주 뉴욕주에는 5세, 7세 어린이와 18세 청소년이 이 질환으로 숨졌다.

이탈리아 의료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질환의 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의 파파 조반니23병원 소속 연구팀이 2~4월 해당 염증증후군 어린이 환자 10명을 분석한 결과 8명은 코로나19 항체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또 환자들은 백혈구 혈소판 수가 감소하는 전형적인 코로나 감염 증세를 보였으며, 10명 중 5명은 독성쇼크가 추가되는 등 기존 가와사키병보다 증세가 심각했다. 3개월에 1번 꼴로 발생하던 가와사키병 혹은 유사 증세 어린이 환자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6일에 한 번꼴로 나타난 것도 이 질환과 코로나19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 1000명 중 1명이 해당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집중치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팀 소속 로렌조 단티가 박사는 “각국 정부는 봉쇄령 해제 정책을 펼 때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13일(현지시간)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 리즈 휘태커 연구팀도 이날 이 질환이 △코로나 감염 후 항체를 축적하는 면역과정에서 유발되고 △5세 미만이 주로 걸리는 가와사키병과 달리 5~16세에도 발생하며 △지역 내 코로나 정점 도달 이후 3~4주 간 중점 발생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어린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각 나라마다 전체 감염자의 1, 2%에 불과했다. 폐의 수용체가 어린이는 상대적으로 적고, 면역체계가 어른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더 강하다는 것이 이유로 제시됐다. 그러나 새로운 질환이 코로나19와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어린이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생각이 근원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많은 국가들이 봉쇄령 완화조치의 첫 단계로 개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린이 질환이 퍼지면 큰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코로나 사태에서 아이들이 보이지 않은 ‘코로나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독일 보건당국이 1세부터 100세까지 4000명의 환자에게서 방출되는 바이러스 양을 비교해 분석한 결과 연령과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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