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친딸 추행’ 혐의 父, 딸 진술 번복에도 ‘유죄’ 확정…이유는?

박태근 기자 입력 2020-05-14 14:02수정 2020-05-1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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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딸을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아버지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딸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꾸며냈다’고 진술을 번복했지만, 법원은 ‘초기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45)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14년부터 딸 B양(당시 10세)의 신체를 만지는 등의 추행을 2018년 까지 총 세 차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에게 폭행과 폭언을 행사하거나, 딸에게 욕하고 학대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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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딸은 수사기관에 아빠의 추행 혐의를 구체적으로 진술했지만, 1심 재판에서 ‘아빠가 너무 미워 허위로 피해 사실을 꾸며냈다. 진술은 거짓말이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쟁점은 부친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경우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됐다.

1심은 A 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인정되지만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라고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B 양의 초기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봤다. B 양이 법정에서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 모친이 ‘A 씨의 평소 성향이나 딸과 관계에 비춰 추행을 저지를 사람은 아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한 점, 당사자인 A 씨가 강력히 혐의를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하지만 2심은 B양의 초기 진술의 구체성을 들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심은 “B 양이 ‘(아빠가)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하지 마라, 이거 말하면 아빠 감방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하는 등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점, ‘뭔가 몸을 더럽힌 것 같았다’라거나 ‘주로 심부름을 시키면 추행할 것이란 느낌이 왔다’며 당시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점 등을 보면 그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가족들의 압박이 있었다는 정신과 상담의사의 증언, 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2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 씨는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친족 강제추행 혐의 판단에 있어 “피해자 진술 외에 달리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보호자의 형사처벌을 무릅쓰고 스스로 수치스러운 피해 사실을 밝히고, 허위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으며, 진술 내용이 일관되고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면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서는안 된다”고 전제했다.

또 “친족관계 성범죄 미성년자 피해자 진술은 피고인에 대한 이중적 감정,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면서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 수사기관 진술 내용 자체의 신빙성 인정 여부와 진술 번복 동기, 경위등을 충분히 심리해 어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신중히 판단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진술 번복 동기와 경위 등을 보면, 피해자의 번복된 법정 진술은 믿을 수 없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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