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사라진 홍대주점 거리…잇단 코로나 감염 여파 ‘한산’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14일 0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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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10시쯤 홍대 삼거리의 한 클럽의 굳게 닫힌 문 위에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 있다. © 뉴스1
13일 오후 10시쯤 홍대 삼거리의 한 클럽의 굳게 닫힌 문 위에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 있다. © 뉴스1
“원래 바닥에 쓰레기도 많았는데 이런 (조용하고 깨끗한) 모습이 생소하네요. 그래도 코로나19가 빨리 끝나 시끌벅적한 옛 홍대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13일 오후 10시쯤 일명 ‘홍대 놀이터’라고 불리는 서울 마포구 홍익문화공원 앞. 평소였으면 공원은 놀러 나온 사람들과 버스킹(거리공연) 음악 소리로 꽉 차 있었겠지만 이날은 6~7팀 정도 만이 벤치에 앉아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떡하죠 이젠 우린,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의 기억이 날 찾아와…” 아직은 쌀쌀한 늦은 봄밤. 한 길거리 가수가 ‘록 발라드’ 장르의 대표 밴드인 ‘넬’의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감미롭다는 듯이 노래를 감상했다.

여러 버스커가 경쟁적으로 노래하며 소음을 내거나, 사람들이 바닥에 버린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홍대 놀이터의 모습은 당분간은 옛이야기가 된 것이다.

‘NB’ ‘삼거리포차’ ‘그린라이트’ 등 홍대의 대표 클럽과 헌팅포차들이 모여있는 홍익대학교 삼거리도 한산하긴 마찬가지다. 이전이었으면 클럽과 헌팅포차 앞에는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겠지만 이날은 대기 줄은커녕 가게 안 손님도 전무하다 전무하다시피 했다.

홍대의 한 주점에서도 확진자가 5명 발생하면서 홍대가 이태원에 이은 코로나19 재확산 두 번째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홍대도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클럽과 술집이 밀집해있어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지역이다.

지난 7일 홍대 ‘○○포차’를 방문한 인천 거주 20대 남성이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 남성과 함께 이 주점을 다녀온 친구 5명 중 4명(경기 수원·고양·김포 거주, 모두 20대)도 줄줄이 확진자로 드러났다. 나머지 1명(경기 김포 거주, 20대)은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붉은 글씨로 ‘집합금지명령’이라고 적힌 명령문이 클럽들의 굳게 닫힌 문 위에 붙어져 있었다. 한 클럽은 “감염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돼 임시휴업을 결정했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곳에서 마주친 A씨(30대)는 자신이 운영하는 클럽을 가리키며 “(임대료·관리비로) ‘월 2000만원 내는 화장실’이라고 부른다”며 “3월부터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클럽은 닫았지만 식재료를 관리하고 소독하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헌팅포차 앞에도 방역 준수사항 안내문이 붙었다. 가게 안팎에서 사람 간 거리를 최소 1~2미터(m)로 유지해야 하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입장이 불가하다는 내용들이었다. 한 유명 헌팅포차는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B씨(32)는 “홍대 상권이 많이 죽기도 했지만 코로나 이후부터는 확 죽었다. 황금연휴 때도 홍대치고는 사람들이 덜 모였는데 확진자가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이곳 헌팅포차에서 5년째 일하고 있다는 B씨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는 “‘홍대 주점’에서 확진자들이 생겼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로 아무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면서도 “여기 대신 연남동이나 합정, 아니면 자기 동네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클럽이나 헌팅 포차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홍대 삼거리에 방문했다.

근처 음악학원에 다닌다는 김진현군(가명·18)은 “(주점에서 모임을 가졌다가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 왜 그랬을까, 좀 조심하지, 라고 생각했다”며 “코로나에 걸릴까 무서워서 홍대에서는 밥도 안 먹고 바로 집에 간다”고 전했다.

인근에 사는 홍익대학교 학생 이소미씨(가명·21)는 “저에게는 집 근처인데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코로나를 퍼뜨리니까 화가 난다”며 “코로나 이후로 한동안은 홍대에 사람이 없었는데 황금연휴 때는 진짜 많았다”고 귀띔했다.

홍대 삼거리의 대부분 헌팅 포차는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이곳 대표 헌팅포차 한 곳과 일반 프랜차이즈 음식점, 고깃집 등은 그나마 손님 5~7팀이 모여 술과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인근 커피숍 직원 C씨(20대)는 “장사가 잘되는 가게는 그래도 잘된다”고 말하며 “노는 분들은 노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아현씨(가명·34)는 “홍대가 딱히 걱정되지는 않는다”며 “서울은 이미 다 위험하지 않나. 이태원만 안 간다면 괜찮을 것 같다”며 낙관했다. 이 씨는 지인들과 1차를 파하고 2차를 가던 길이었다.

택시기사 박춘복씨(가명·70)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굳이 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 지침을 따라 줬으면 좋았을 텐데 젊은 친구들이 이기적이었다”며 최근 클럽이나 주점에 방문해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사람들을 비판했다.

코로나19 감염보다 차별이 더 걱정된다는 경우도 있었다. 스페인 국적의 세르히오(가명·23)는 “코로나 이후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내 옆에 앉지 않는다던가 이태원 감염 사태 때는 모든 외국인을 함께 비난하는 행동들이 안타까웠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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