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GP 피격 후 37분 걸린 대응에 軍 “잘했다”… 北이 웃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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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북한군의 감시초소(GP) 총격사건 당시 우리 군의 대응 조치에는 37분이 걸렸다. 피격 20여 분 만에 K-6 중기관총을 원격 조종해 북한 GP를 타격하려 했으나 고장이 나서 불발했고 10분 뒤에야 K-3 경기관총으로 첫 대응사격을 했다. 그리고 5분 뒤 다른 K-6를 수동 조작해 2차 대응사격을 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어제 공개한 GP 피격 당시 상황이다.

합참이 사건 발생 열흘 만에야 당시 상황을 늑장 공개한 것은 그간 현장 대응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회피하면서 온갖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군이 첫 브리핑에서 “의도적 도발 가능성은 작다”며 오발 사고에 무게를 뒀고, 이후 K-6 중기관총이 고장 났던 사실까지 동아일보 보도로 밝혀지자 뒤늦게 해명한 것이다. 합참은 “K-6의 공이가 파손된 것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아쉽지만 해당 GP는 훈련이 잘돼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대응을 살펴보면 굼뜨고 어설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매일 점검해야 했을 기관총의 핵심 부품이 파손된 채 방치된 것은 물론이고 최전방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의 초기 대응에 30분 넘게 걸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응사격은 GP장이 아닌 대대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현장의 ‘선(先)조치 후(後)보고’ 원칙 대신 상부에 “쏠까요, 말까요” 먼저 묻는 관행이 되살아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교전규칙 이행에 30분 넘게 걸렸는데도 ‘차분한 대응’이었다고 칭찬할 일은 아니다.

합참은 어제도 “북한군의 의도성은 낮다”며 북한군이 우리 군의 두 차례 대응사격에도 일상적 영농활동을 했고 GP 근무자들도 철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우리 군의 대응이 얼마나 허술했으면 북한군이 그리 느긋했을까 싶다. 만약 GP 총격이 오발을 가장한 떠보기식 도발이었다면 북한은 이번 발표에 또 한 번 웃고 있을 것이다.
#gp 피격#대응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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