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랑 키스해도 돼요?” … Q&A로 알아보는 초등생 성교육

김수연 기자 입력 2020-05-13 17:21수정 2020-05-13 17:3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출처=pixabay
“남자친구 사귄 지 일주일 지나면 키스해도 돼요?”

“엄마, ‘성폭행’이 뭐예요?”

성(性)에 대한 자녀의 기습 질문은 부모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안 알려주자니 어둠의 경로로 배울까 걱정되고, 가르치자니 어느 정도까지 알려줘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최근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수면에 떠오르면서 어린 자녀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의 동기가 단지 ‘너무 성에 집착하면 공부를 안 하니까’, ‘밖에서 사고 치면 골치 아플까봐’ 등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바르고 건전한 성관념을 심어주기 위한 ‘성교육 모범답안’은 없을까. 성교육이란 ‘성적자기결정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행사할 줄 아는 건강한 어른을 만드는 과정임을 부모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다. 아동 성교육 전문가인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 박선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소속 초등교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학부모를 위한 성교육 가이드를 Q&A형식으로 풀어봤다.

주요기사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설명은 어떻게?=자신의 신체구조, 성관계, 성적 쾌락…. 이런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사적인 장소에서 노출하거나 마구 해소해야할 대상도 아니다. 자녀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면 생리현상에 비유해보자. 소변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부끄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기에 공개된 장소가 아닌 사적인 공간에서 해결한다. 성관계 역시 부끄러울 것 없는 행위이지만, 내밀한 영역인 만큼 때와 장소를 가려야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된다.

▽성폭력 관련 뉴스를 보고 자녀가 질문한다면=최근 불법촬영, 리벤지 포르노, 디지털 성범죄 등 다양한 성폭력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녀들이 관련 질문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때 해당 사건이 어떤 것인지 가르치는 것보다 먼저 피해자에 대한 관점, 성적자기결정권의 중요성 등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한 학급 내에서 동기 간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이 사건을 자녀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를 교육해야 한다.

▽‘정자는 어떻게 여자 “ 속에 들어가요?’라고 묻는다면=유치원 때까지는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져요?’라고 묻지만 초등학생이 된 뒤에는 질문이 점점 구체적으로 바뀐다. 가장 쉬운 교육법은 과학적 사실을 꾸밈없이 알려주는 것이다.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질 안에 들어가는 과정을 ‘주사기’ 비유로 설명하면 편하다. 물론 더 좋은 대화법도 있다. ‘A는 B야’라는 설명식 답변보다는 ”네가 알고 있는 건 어떤 건데?“, ”그건 어디에서 배웠어?“라고 아이의 정보 수준과 출처를 파악하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할까=성교육이 필요한 시점에는 가정에 성교육 책을 한 두 권 구비해두는 게 좋다. 아이가 궁금해할 때마다 함께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그림이 많이 있는 자료가 좋다. 일부 학부모들은 ‘그림이 너무 적나라해 괜히 호기심을 부추기는 거 아닌가’라고 걱정하지만, 가장 안전한 성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거시기’ ‘고추’ ‘소중한 곳’이라는 간접적 표현보다는 ‘성기’ ‘음경’ ‘질’ 등의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게 낫다.

▽이성과의 스킨십을 궁금해한다면?=아이들의 이성에 대한 관심은 주로 ‘엄마, 남자친구랑 사귄 지 일주일 지나면 키스할 수 있어요?’같은 식으로 드러난다. 성관계는 언제부터 할 수 있냐고 묻는 아이도 있다. 모범답안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며,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장소와 상황에서 하는 것’이다. 생리나 몽정 등 2차 성징을 보인 자녀에게는 임신과 성병 등의 문제를 충분히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 아직 더 보호받고 자라야하는 시기에 임신을 하게 되면 어떤 문제와 책임이 따르는 지 알려줘야 한다.

▽아이가 ‘야동’을 보기 시작했다면?=우선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 ‘야동’이라는 용어는 불법촬영물이나 불법음란물을 가볍고 재밌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19금 영화’는 연령제한에 따라 보면 안되는 것이고, 그런 ‘19금’ 딱지도 없는 동영상은 불법적인 영상임을 명확히 설명해야한다. 다그치듯 죄의식을 심어주어선 안 된다. ‘그것을 볼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를 묻고, ”을 상품화하는 것의 위험성을 설명해줘야 한다. 경제를 배우며 재화의 거래 개념이 생기는 초등 4,5학년부터 가르치면 효과적이다.

▽내 아이가 자위를 한다고?=자위는 나쁜 게 아니다. 만일 자위하는 것을 발견했다면 ‘원칙’을 분명히 알려주자. 자위는 사적인 장소에서, 청결하게, 적당한 수준으로 하라는 것이다. 다만 강박적인 자위 행위가 이어진다면 성행위가 아닌 심리적 문제로 봐야 한다. 등교 스트레스, 가정불화 등 감정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엔 스트레스의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