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코로나 모범국 韓, 성 소수자 사생활 보호 과제 직면” 보도

뉴시스 입력 2020-05-13 11:00수정 2020-05-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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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발 감염 확산, 검사·경로 추적 난항
WSJ "韓 성 소수자, 오명 두려워 정체성 숨겨"
클럽 방문자 "가족이 알게 될까 봐 패닉 상태"
월스트리트저널(WJS)이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노력이 성 소수자 사생활 보호 문제로 번졌다고 보도했다.

12일(현지시간) WSJ은 서울발 기사에서 29세 남성이 새벽까지 이태원 클럽 등 5곳을 돌아다닌 뒤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 공중 보건과 사생활 보호 간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남성이 클럽발 확산의 최초 원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를 기점으로 한동안 잦아들었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져 여론의 비난이 거셌다.


문제가 된 클럽 중 상당수가 성 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곳이란 점은 한국 보건당국에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됐다고 WSJ은 전했다. 이제까지 한국은 광범위한 검사와 신속한 이동 경로 공개로 코로나19 모범 대응국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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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 소수자들은 이번에 이태원 클럽 방문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강제로 성정체성이 공개되는 아우팅을 당하게 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접촉자 추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만, 클럽 5곳을 다녀간 5500명 중 3분의 1 이상을 찾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아울러 이태원의 성 소수자 클럽 2곳을 방문했던 ‘최 존’이라는 한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최씨는 클럽에 입장할 때 마스크를 쓰고 체온 검사를 거쳤다. 입장 전 신상 정보도 기입해야 했다. 그는 앞선 입장자 다수가 본인의 실명 대신 연예인의 이름을 적은 걸 봤다고 밝혔다.

WSJ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오명을 쓸까 봐 성 정체성을 숨긴 채 사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최씨 역시 인터뷰에서 일부러 영어 이름을 썼다.

그는 지난주 이태원 클럽발 감염 기사를 보고 서둘러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여전히 걱정이 크다.

그는 “가족이 알게 되면 어쩌나? 완전히 공황(패닉) 상태”라고 밝혔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 매일 하루 2번 보건당국에서 걸려오는 전화에도 신경이 곤두선다고 한다.

WSJ은 일부 한국 언론이 이태원 클럽발 감염 기사에서 동성애자를 전면에 부각해 온라인상 악성 댓글을 초래했다고 짚었다. 이 사실을 단독 보도한 국민일보와 관련해 “교회와 연관된 한 신문은 이태원 최초 확진자가 ‘게이’ 클럽을 방문했다고 제목을 달았다가 나중에 바꿨다. 이 신문의 노조도 원제목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고 전했다.

‘H.Y.정’으로 소개된 24세 동성애자이자 대학 성 소수자 클럽 일원은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이태원 클럽에서 모인다. 우리를 위한 안전한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에 대한 증오와 차별이 숨게 만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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