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K리그엔 익룡이 울부짖고 ‘누아르’가 있다

정윤철 기자 입력 2020-05-13 03:00수정 2020-05-13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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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달라진 장면들 화제
조용한 축구장 선수들 외침 생생… 동료 독려 대구 GK 최영은 압권
정장-셔츠-마스크 ‘검정 깔맞춤’… “성남 김남일 감독, 저승사자 같아”
넘어진 선수가 일으켜 달라 해도 심판은 미안한 표정으로 외면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무관중으로 개막한 프로축구 K리그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다른 이색적인 장면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11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 K리그에서 나왔다”면서 10일 아산과 부천의 K리그2(2부) 경기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전반 6분 상대의 반칙에 쓰러진 바이아노(부천)는 자신에게 다가온 주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것. 하지만 ‘신체 접촉 최소화’라는 코로나19 예방 지침에 따라 주심은 “미안하지만 손을 잡아 주기 어렵다”며 바이아노의 부탁을 거절했다. 바이아노도 상황을 이해한 듯 씩 웃으며 스스로 일어났다. 마르카는 “K리그의 모습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열리는 축구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장에는 갈 수 없지만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축구를 보는 팬은 늘어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1(1부)의 1라운드 경기당 평균 동시 접속자 수는 3만172명으로 지난 시즌 1라운드 대비 17.6% 증가했다. 트위터로 생중계된 8일 전북과 수원의 개막전은 전 세계 누적 시청자 수 340만 명을 기록했다. 국가별 분포는 터키(18%·61만2000명), 브라질(15%), 스페인(9%) 순이었다. 관중 없이 적막한 가운데 경기가 진행되다 보니 선수들의 외침이 생생하게 팬들에게 전달될 때도 있다. 1라운드의 ‘샤우팅 킹’은 K리그1 대구의 골키퍼 최영은(25)이다. 9일 인천전에서 동료들을 향해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자주 지른 그를 두고 팬들은 “익룡이 나타났다” “고라니 울음소리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영은은 “평소처럼 소리를 지른 것인데 주목을 받아 기분이 싱숭생숭하다”라고 말했다. K리그1 포항은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부산과의 안방경기에서 ‘DJ 믹싱 프로그램’을 활용해 생생한 현장음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포항 관계자는 “과거 경기 영상에서 추출한 관중석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경기 내내 틀었다. 여기에 상황에 맞춰 응원가 등의 소리를 더해 실제 현장음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계 화면을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감독의 ‘아우라’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로 올 시즌 K리그1 성남의 지휘봉을 잡은 김남일 감독(43)은 1라운드의 ‘신스틸러’였다. 정장과 셔츠, 마스크를 모두 검은색으로 맞추고 강렬한 눈빛을 내뿜는 그를 두고 팬들은 “축구장에서 누아르(암흑가) 영화가 촬영되고 있다”, “그라운드에 저승사자가 등장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검은색 정장을 즐겨 입고 ‘카리스마의 제왕’으로 불리는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에 빗댄 ‘남메오네’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이라 정장을 입고 팀 컬러에 맞춰 검은 마스크를 쓰다 보니 그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보이는 이미지는 강해도 선수들은 나를 부드러운 감독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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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k리그#최영은#김남일 감독#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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