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개의치 않는 부산 갈매기 “올핸 143승1패”

부산=황규인 기자 입력 2020-05-13 03:00수정 2020-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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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승 롯데, 두산에 시즌 첫 패배
장원삼 난조-실책 겹쳐 2회 0-5… 6-11로 마쳐 공동2위 내려갔어도
팬들 “코치진 물갈이 때문인지 더그아웃 표정 훨씬 좋아 보여”
NC 박석민은 10회말 끝내기포
오재원 쐐기 투런 두산 오재원이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8-5로 앞선 7회초 무사 1루에서 쐐기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11-6으로 롯데를 꺾었다. 롯데는 연승 행진이 5경기에서 멈췄다. 부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올 시즌 첫 번째 ‘롯데 시네마’는 일단 5연승으로 막을 내렸다. 롯데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두산에 11-6으로 무릎을 꿇었다.

1999년 이후 21년 만에 개막 후 6연승에 도전하던 롯데는 이날 장원삼(37)에게 선발 마운드를 맡겼다. 장원삼이 선발 등판한 건 LG에 몸담고 있던 지난해 5월 14일 사직 경기 이후 364일 만이었다.

장원삼은 1회부터 선취점을 허용했고 2회에는 1루수 이대호(38)가 두 차례 아쉬운 수비를 선보인 끝에 4점을 내줬다. 이후 양 팀이 합쳐 12점을 주고받았지만 승부는 사실 2회에 끝이 났다.


롯데가 두산에 뒤지고 있는 사이 키움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삼성에 3-2로 승리를 거두면서 6승 1패로 단독 선두가 됐다. 롯데(5승 1패)는 2227일 만에 차지했던 단독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연장 10회말 박석민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KT를 7-6으로 꺾은 NC와 공동 2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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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처럼 개막부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던 롯데 팬들이 이 한 경기로 크게 실망하지는 않은 듯했다. 입심 좋은 롯데 팬들은 “올해는 143승 1패를 할 모양”이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부산 팬들은 지난해 꼴찌(10위)였던 롯데가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제일 큰 이유로 성민규 단장(38) 선임을 꼽았다. 그리고 성 단장이 제일 잘한 일은 코칭스태프 쇄신이라고 평가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모태 롯데 팬’을 자처하는 손창호 씨(38)는 “예전에는 TV 중계 카메라가 더그아웃을 비추면 어딘지 모르게 선수들이 주눅 들어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더그아웃 분위기가 훨씬 좋아진 것 같다. 코칭스태프가 싹 다 바뀐 효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롯데에는 팀 성적과 관계없이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무는 지도자가 적지 않았다. ‘롯무원’(롯데+공무원)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팀 살림을 책임지게 된 성 단장은 코칭스태프에 ‘메스’를 댔다. 지난해 개막전 당시 롯데 1군 코칭스태프 가운데 현재 팀에 남아있는 건 스카우트팀으로 자리를 옮긴 최기문 코치 한 명뿐이다.

물론 여전히 올 시즌 롯데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팬도 있었다. 사직구장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운전사 이주형 씨(57)는 “롯데는 원래 봄에만 잘해서 ‘봄데’라는 별명도 있지 않나. 이제 6경기 했다. 아직은 이게 진짜 실력이라고 보면 안 된다”면서도 “예전에는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로 중계를 듣다가 점수를 내주면 그냥 껐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5분 뒤에 다시 켜게 되더라. 몇 년 야구장 끊었는데 올해는 야구장에 갈 것 같다”며 웃었다.
‘롯린이’ 조형우 군이 12일 부산 사직구장 기념품숍 앞에 서 있다. 조 군은 “(손)아섭이 삼촌이 야구 하는 걸 보고싶다”고 말했다. 부산=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런 바람과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롯데 팬들은 사직구장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야구장에 가고 싶은 마음은 ‘롯린이’(롯데+어린이) 팬들이 더 컸다. 이날 사직구장 앞에서는 롯데 모자를 쓰거나 유니폼을 입은 어린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롯데 외야수 손아섭(32)의 이름을 마킹한 유니폼을 입고 부모님과 함께 이날 구장 앞을 찾은 조형우 군(5)은 “얼른 경기장에 들어가서 ‘손아섭 안타! 안타! 안타! 안타!’ 하고 노래를 부르고 싶은데 ‘세균맨’이 못 들어가게 막고 있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사직구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진 W아파트에 사는 김민우 씨(47)는 “롯데가 홈런을 치거나 점수를 올리면 아파트가 들썩들썩해서 잠자던 아이가 깰 정도”라면서 “이런 기운을 선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팬들 응원을 받지 못해 아쉽기는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부산 팬들 사이에 ‘히어로’가 된 성 단장은 “텅 빈 사직구장을 볼 때마다 ‘이 경기장이 꽉 찼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시국이 끝나고 팬 여러분을 모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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