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의 그날, 광주의 아픈 기억 생생

조종엽기자 입력 2020-05-13 03:00수정 2020-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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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군에 주먹밥 만들어준 함지박… 총탄에 뚫린 의사 가운…
역사박물관, 5·18 40주년 기념전… 시민-정부-軍기록 자료 160여점
박물관 외부 ‘민주화’ 설치작품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전시품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당시 동아일보 김영택 기자의 취재 수첩, 날짜가 ‘(1980년 5월) 27일’에 멈춘 시민군의 시계, 주먹밥을 시민군에게 나눠줄 때 사용한 양은 함지박.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7.’

유리판이 갈라진 낡은 시계의 날짜판은 40년 전인 1980년 5월 27일에 멈춰 있다. 전도사로 활동하다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전남도청 지하의 무기고를 관리했던 시계의 주인은 그날 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에 최후를 맞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을 13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박물관 기획전시실 등에서 개최한다. 5월 광주의 중심에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고 이를 목도한 시민들의 기록과 그들을 탄압한 정부와 군의 기록 등 관련 자료 160여 점을 보여준다.


“각 병원마다 시체들이 즐비하게 쌓이고 있습니다. 천주님! 도와주소서. 우리 광주시민들을 보호해 주소서.”(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근무하던 주이택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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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이틀째 사람이 개새끼처럼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 온 시내바닥이 죽음의 거리로 변하고 있다. … 이게 과연 민주주의냐. 이게 진정한 자유의 나라냐.”(당시 전남대 4학년이던 이춘례의 일기)

학생과 주부, 전도사 등 광주 시민들이 당시의 상황을 적은 일기 16점은 서울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자료다. 당시 동아일보 김영택, 최건 기자를 비롯한 기자들의 취재수첩도 전시에 나온다. 김 기자의 수첩에는 5월 21일 오후 1시경 도청 옥상의 스피커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계엄군들이 시민을 향해 일제 사격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다.

운동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물건들도 많다.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줄 때 사용된, 다 찌그러진 양은 함지박은 진정 고귀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이 밖에도 계엄군 군복과 진압봉, 총탄이 뚫고 간 철제 캐비닛과 의사 가운, 계엄포고문, 국방부 상황일지, 기무사 앨범도 볼 수 있다. 정부기록물인 ‘수습상황보고’ ‘피해신고접수상황’ 등 세계기록유산 10여 점의 원본도 처음 전시된다. 전시장에 설치된 ‘도시 모형 매핑 영상’은 광주 시가지 모형에 운동의 전개와 계엄군의 탄압을 영상으로 투영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박물관 외부 ‘역사회랑’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사진 등을 선보이며, ‘역사마당’에서는 최평곤 작가의 설치작품 ‘민주화(民主花)’가 전시된다. 주진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서울에서 대규모 5·18 전시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5·18은 광주의 역사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것을 온 국민이 공감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5·18기념재단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남대 5·18연구소, 국가기록원이 공동 주최한다. 무료.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5·18 민주화운동#40주년#대한민국역사박물관#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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