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제도와 코로나19 대응

동아일보 입력 2020-05-13 03:00수정 2020-05-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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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국가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평가를 살펴보면 영국, 이탈리아 등 NHS(국가보건서비스 방식)를 채택한 국가에 비해 NHI(건강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독일,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조기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두 제도의 차이는 ‘의료자원을 직접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와 ‘공적보험이란 중간 기제를 활용하여 민간의 효율성과 적극성을 유도해 의료서비스 접근도를 높일 것인가’로 구분된다. 공공성과 정부 책임성은 동일한 방향성을 갖지만 정책수단의 성패는 각 나라가 가진 역사, 사회,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 한마디로 어느 제도가 우월하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이번 코로나19 대응은 중앙정부의 조기 개입과 적극적 조기 진단, 조기 치료,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는 의료진의 헌신과 전 국민적 이해와 협조, 그리고 개인 정보의 활용을 통한 투명한 방역에 의해 안정적 수준의 관리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떠받들고 있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에 강력하고 효율적인 전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의료자원의 총력 동원이 가능했다. 명확한 지원과 혜택이 보장돼 조기에 진단과 치료 과정에 국민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신뢰를 줄 수 있었다. 본인 부담이 0원인 진단과 치료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국가지원과 건강보험의 보장에 따른 신속한 의사결정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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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라 하지만 의료 접근성이 약하고 보장시스템이 미비해 아직도 무보험인 국민이 전 국민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치료비 본인 부담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규모 감염병 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우리 건보공단은 코로나19 초기 단계에서 이미 전국 178개 지사가 활용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통해 업무방식을 개선하고 민원인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선별 민원실, 투명 아크릴 가림막 설치 등 민원창구의 시설도 개선했다. 사무실 폐쇄에 대비한 대응훈련 및 필수인력의 분산 근무 조치도 완료해 업무 중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한 정부의 조치에 따라 소득하위계층과 특별재난지역의 총 1160만 명에게 3개월간 1인당 평균 9만 원 이상의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급여비 조기지급, 선지급을 시행해 4월 24일 기준으로 누적 실적 8만9380개 의료기관에 8만8005억 원 조기 지급, 6639개 기관에 7147억 원을 지급했다. 코로나19로 취약해질 수 있는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공단의 선제적 조치이다.

감염 취약 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감염관리 전산시스템 구축과 지원을 마련했다. 의료현장의 방역 물품 수급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한 의료물품 플랫폼도 구축해서 수요 의료기관과 제조, 판매회사를 연결하고 있다.

인력과 시설 지원에도 적극 참여해 제천 인재개발원 시설을 생활치료센터, 외국인 임시생활시설로 제공했다. 3600명의 대내외 인력을 선별진료소, 대구시청, 공항검역소, 생활치료센터 및 각종 지원업무에 투입했다. 공단이 관리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구, 경북 지역 확진자의 입원 우선 순위 결정을 위한 중등도 판단 목적으로 시작된 기저질환 확인 제공은 다른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획기적 지원이다. 건보에 축적된 건강정보를 감염병 대처를 위해 공적 활용한 이번 사례는 우리나라만이 가능한 차별화된 코로나19 대응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은 뉴 노멀(New Normal)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건강보험은 지역, 직장, 직종에 따른 조합중심의 다보험자 체계에서 2000년 7월에 비로소 통합 건강보험체계를 이뤘다. 올해로 20세 성년이 되는 시점에 또다시 새로운 도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어떤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국제적 경제위기에 수반되는 국내경기의 악화는 보험료 납부 환경의 변화와 함께 의료체계의 붕괴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다. 공평한 보험료 부담과 보장성 강화 그리고 적정진료를 담보하는 적정수가를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설득이 필요할지, 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적 선택과 배려가 요구될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특히 의료자원의 분배와 새로운 의료행태에 대한 추세적 요구를 공적보험이 선제적 역할을 수행해서 제도화할 책임이 있기에 더욱 어깨가 무겁다.

필수·중증 진료 분야는 지속적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감염병 관리, 응급의료와 같이 수익성은 없으나 공공성이 높다고 확인된 분야는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더욱 집중돼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건보 재정에 의존할 수는 없다. 정부 지원과 건강보험 보장의 적절한 역할과 책임 배분이 요구된다. 이 모든 것은 가입자, 공급자, 정부와 보험자 간 유기적 상호협력에 의해 가능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통합 건강보험제도의 진정한 힘이다.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헬스동아#건강#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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