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풀어드릴게요” 극단선택 경비원 추모물결

이청아 기자 입력 2020-05-12 03:00수정 2020-05-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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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에 괴롭힘 당했다” 세상 등져… 경비실 앞 분향소에 주민 메모 가득
경찰 수사착수… 해당주민 “쌍방폭행”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주민의 폭행에 시달리다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A 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아파트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주민을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경비원 A 씨(59)가 일하던 아파트 주민 B 씨(49)를 상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A 씨는 10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A 씨가 이중 주차한 B 씨의 승용차를 밀어 옮기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는 B 씨가 A 씨를 밀치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영상이 담겼다. B 씨는 관리사무소장에게 A 씨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A 씨는 지난달 28일 경찰에 B 씨를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B 씨가 27일에도 경비실을 찾아와 폭행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A 씨의 형은 “B 씨가 ‘조직원을 풀어 땅에 묻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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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4일에도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 당일 A 씨를 말렸던 주민은 “A 씨가 살 수가 없다고 속상해했다. 다행히 몇몇 주민이 미리 알고 병원에 모셔 갔다”고 했다. A 씨가 남긴 유서에는 자신을 도와준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억울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조만간 조사할 예정”이라며 “A 씨가 숨졌지만 심한 폭행으로 크게 다치면 상해에 해당돼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B 씨는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도 지난달 27일 자신에게 욕을 했다며 A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A 씨가 일하던 경비실 앞에 임시 분향소를 차렸다. 경비실 창문은 ‘억울함이 풀릴 수 있게 작은 힘이라도 돕겠습니다’ 등의 추모글이 적힌 포스트잇으로 뒤덮여 있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경비원#입주민 갑질#추모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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