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연극 종횡무진 4연작… 코로나 시대 대학로 지키는 파수꾼

김기윤 기자 입력 2020-05-12 03:00수정 2020-05-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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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 퀴리’ ‘데미안’ 이어 연극 ‘언체인’서 열연 중인 배우 정인지
연극배우 정인지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상반기 대학로를 달궜다. 모티브히어로 제공
대학로 좀 다닌다는 이들은 그의 이름 석 자를 들으면 고개를 끄덕인다. “어우, 그분 연기가…” “그 배우 참 잘하죠” 하는 호평이 끊이질 않는다. 올 상반기 뮤지컬 ‘마리 퀴리’ ‘데미안’에 이어 현재 연극 ‘언체인’에 출연 중인 배우 정인지(36) 얘기다. 정인지는 장르를 넘나들며 대학로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음 달 말부터는 지난해 뮤지컬 출연작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습, 공연, 연습, 공연의 쉴 틈 없는 4연작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만난 정인지는 “아무리 예술을 한다 해도 극장을 찾는 사람이 없었다면 공연장도 전부 멈췄을 것이다. 성숙한 관람 문화를 보여준 팬과 행운이 있었기에 계속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공연이 취소돼 생계가 끊긴 동료들에게 함부로 말을 꺼내기조차 조심스러워요. 공연장이 정상화되기까지 바통을 넘겨받아 이어 달리는 마음으로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찾는다는 건 배우로서 축복임에 틀림없다. “타고난 재질이 다를 뿐 제가 특출한 건 없다”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고 여러 배역에 덤벼드는 건 장점”이라고 했다. 최근 행보가 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마리 퀴리에서는 공연마다 오열하느라 ‘콧물 장인’으로 등극했고, 2인극인 데미안과 언체인에서는 성별을 넘나들며 철학적 고뇌까지 능숙하게 소화했다. 특히 데미안에서는 손과 팔 동작을 곁들인 신체 연기에 도전해 “대사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말을 건네고 싶다”는 지향성을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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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상 공연과 연습이 숱하게 겹쳐 시간이 빠듯하다. 정인지는 “어떻게 그 많은 대사를 외우느냐고 걱정하는 분도 많은데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캐릭터를 외우면 된다. 진짜 문제는 체력”이라고 했다. 올 3월엔 어두워진 무대에서 서둘러 퇴장하다 소품 모서리에 무릎을 부닥쳐 크게 다쳤다. 그는 “세 작품의 연습과 공연을 병행할 때였는데 일주일을 누워 있느라 진짜 미쳐 버릴 것 같았다”며 웃었다. 공연할 때 “나는 멈춰 있고 싶다”거나 “선례도 기준도 없다.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대사에 마음을 투영시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1998년 14세 때 성악을 배우다 “표현력을 길러야겠다”는 마음에 청소년 드라마에 뛰어든 것이 연기의 첫발이었다. 연기라면 뭐든 좋아서 집이 있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방송, 영화에 출연했다. 2007년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지금껏 대학로를 지키는 이유는 하나다. “무대는 섣불리 올라선 안 되는 위험한 곳이지만 그만큼 힘과 매력이 넘치는 곳이거든요.”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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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대학로#마리퀴리#데미안#언체인#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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