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 대면수업 시작…‘이태원 집단 감염’으로 불안감 여전

전채은 기자 , 신지환 기자 입력 2020-05-11 21:28수정 2020-05-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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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씩, 최소 좌석 한 칸씩은 떨어져 앉으세요. 일부러 여기서 강의하는 거니까요.”

11일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사이버관. 마스크를 쓴 교수가 강의실에 걸어 들어오며 학생들에게 거리 두기부터 지시했다. 마스크 너머로 조용히 인사를 나눴던 학생들은 금세 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야 했다. 이 강의 정원은 70명 남짓. 그런데 370석이 넘는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학기 들어 처음 학생들을 대면한 교수는 “원래는 공연 같은 걸 하는 장소”라며 멋쩍게 웃었다.

11일 전국에서 대학 9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했던 대면수업을 제한적으로 시작했다. 해당 대학 학생들은 이날 올해 첫 등교를 했다. 그러나 대면수업 강의는 대부분 정원 제한 등을 둔 데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 감염이 벌어진 탓인지 캠퍼스에는 여전히 불안이 감돌았다.


실제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대학의 20%에 가까운 38곳이 11일부터 일부 과목을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대를 비롯한 29개 대학이 코로나19 지역감염이 다시 늘어나자 비(非)대면수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체 대학 중 이날까지 대면수업을 시작한 학교는 총 23곳(11.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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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는 30인 이하의 강의일 경우 대면수업으로 전환했다. 인원이 그 이상이라도 △학생 간 거리 확보가 가능하고 △수강생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더 많은 강의만 대면수업을 허용했다. 11일 기준 서울 및 글로벌캠퍼스 전체 4000여 개 강의 가운데 대면수업을 요청한 강의는 6%(254개)뿐이었다.

이렇다 보니 캠퍼스 분위기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2학년생 이모 씨는 “1학기에 듣는 강의 중 2개가 대면수업이 가능했지만, 설문조사에서 반대가 많아 무산됐다”며 “아무래도 이태원 집단 감염이 터져 친구들도 학교에 오는 걸 꺼린다”고 전했다. 인근 문구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원래 학기 중엔 하루 200여 명이 드나드는데, 오늘도 네댓 명밖에 오질 않았다”고 했다.

동국대는 20인 이하 강의에 대해 필요시 대면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상황은 엇비슷했다. 2학년 조모 씨(20)는 “클럽에 가는 나이대가 딱 대학생 연령인지라 학생들도 굉장히 불안해한다”며 “대면 참석과 온라인 수강 중 선택할 수가 있어서 학교에 나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는 조건으로 대면수업을 시작한 고려대는 오전부터 학생들에게 ‘OK 스티커’를 붙이느라 바빴다. 고려대는 학교 정문에 마련한 발열 검사소에서 출입자 전원의 체온을 체크한 뒤 발열 증상이 없으면 스티커를 부착해 교내로 들어갈 수 있게 허용했다.

학교 측 준비에도 학생들은 마음을 놓지 못했다. 발열검진소 앞에서 만난 박규민 씨(26)는 “학교 차원에서 철저히 출입통제도 하고 방역수칙도 지키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19가 잡히지 않아 불안감이 남아있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면강의를 듣고 귀가하던 김모 씨(25)는 “대면과 온라인이 선택 가능한 90명 정원 강의였는데 3분의 1도 채 안 왔다”며 “솔직히 이런 분위기라면 별로 오고 싶지 않은 게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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