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싱글벙글 커플’ 눈물의 고별방송

김재희 기자 입력 2020-05-11 03:00수정 2020-05-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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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김혜영 10일 마지막 생방송
애청자-동료 등 30여명 환송
10일 ‘싱글벙글쇼’ 마지막 생방송이 끝난 뒤 강석, 강희구 MBC PD, 권용주 경희대 교수, 김혜영, 가수 현숙 유현상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폭우가 내리던 날 군부대에서 군용차도 빌려봤어요.”

라디오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의 마지막 방송일인 10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에서 만난 진행자 강석(68)은 “청취자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청취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가 무릎 위까지 차올랐던 날 도로에 차를 버리고 온몸이 땀으로 젖을 때까지 뛰었던 그날을 회상했다.

“차를 길에 세우고 뛰어 가보고 버스도 탔는데 도저히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았어요. 근처 군부대에 들어가 사정사정해 군용차를 빌려 타고 겨우 제시간에 도착했죠.”


싱글벙글쇼에서 시사풍자, 콩트 등을 통해 청취자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강석과 김혜영(58)은 현존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최장수 진행자였다. 1973년 시작한 싱글벙글쇼에 강석이 1984년, 김혜영이 1987년 합류하면서 각각 36년, 33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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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30여 년간 청취자와의 약속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김혜영이 1988년 결혼식을 올리던 날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방송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강석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김혜영의 드레스 자락을 잡고 차에 태워 결혼식장까지 운전했다. 김혜영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걸 알지만 오늘이 헤어짐의 날이라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청취자의 사연과 선물은 스튜디오에 끊일 날이 없었다. ‘건강 챙기시라’는 편지와 함께 온 보약, 벌꿀 등은 흔한 선물에 속할 정도였다. 자신의 꿈을 적어 보냈던 청취자가 목표를 이룬 순간도 함께했다. 교도소 수감 시절 ‘출소하면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연을 보냈던 백동호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실미도’를 썼고, 출간 후 스튜디오에 책을 보냈다. 강석은 “청취자들 덕에 ‘롱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생방송이 진행된 MBC ‘가든 스튜디오’ 앞에는 애청자 30여 명이 모였다. 꽃다발을 손에 쥔 사람,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었다. 20년 동안 매일 싱글벙글쇼를 들었다는 신정미 씨(55·여)는 “힘들 때마다 큰 위안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마지막 곡은 강석이 고른 그룹 장미여관의 ‘퇴근하겠습니다’였다.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을 보낼 준비가 안 됐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들의 하차 소식이 갑자기 알려진 데 대한 항의 글이 MBC 시청자 게시판에 쏟아졌다. 방송인 정영진이 후임으로 정해졌다가 과거 여성혐오 발언 논란으로 하차한 것도 ‘후임자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낳았다. 두 사람의 빈자리는 11일부터 가수 배기성과 아나운서 허일후가 채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싱글벙글쇼#강석#김혜영#고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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