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일자리 위기에 고용보험 확대 탄력… 추가재원 확보 관건

송혜미 기자 입력 2020-05-11 03:00수정 2020-05-1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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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 공식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되면 일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기존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던 근로자 및 자영업자도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급감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는 등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특수고용직과 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고용보험 확대 추진은 처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확대 적용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유의 일자리 위기가 닥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문제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이다.

○보험료 인상 불가피할 듯


취업한 근로자라면 신고를 통해 고용보험에 가입한다. 현행법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생활 안정과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거나, 아예 가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특수고용직, 예술인,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49.4%에 불과한 1352만 명. 나머지 절반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했다. 그만큼 실업 위험에 노출됐을 때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 지급 등 고용보험 서비스에 필요한 돈은 노사가 반반씩 분담해 급여의 1.6%를 내는 고용보험료로 마련된다. 이 돈으로 고용보험기금을 운용하는데,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쓴 돈이 많아 적자가 나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다. 고용보험기금에 쌓인 돈은 2012년부터 흑자를 유지하다 2018년 8100억 원 적자를 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나날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2배 이상 늘어 2조 원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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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 기금이 더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만큼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더 빈번하게 노출된다. 이들이 고용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새로 거두는 보험료보다 실업급여로 나가는 금액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고용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되더라도 보험료 부담 때문에 가입을 꺼릴 수 있는 만큼 고용보험 확대 초기 단계에선 정부가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영세 사업자와 근로자에게 고용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확대해 고용보험 가입을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기금을 안정화하고 정부 부담을 줄이려면 고용보험료 인상 등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이 불가피하다. 이 교수는 “노사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가 해외 여러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선 보험료 인상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대기업에 세금을 더 걷어 고용보험기금을 마련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 재원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과 재벌 규모에 따른 누진세로 마련하고, 고용보험료 인상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고·예술인부터 단계적 확대 유력


정부 역시 고용보험의 ‘단계적 확대’를 강조하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전부를 당장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이 아닌, 특수고용직과 예술인부터 적용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인사업자에 가까운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의 경우 당장 고용보험을 적용하기에는 재원 외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프리랜서는 근로자처럼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게 아닌 만큼 고용보험료 부과 기준을 현행 ‘임금’이 아닌 ‘소득’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러려면 모든 취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고용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분담하는데, 자영업자는 보험료를 분담할 대상이 없어서다. 현재 종업원 50인 미만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탓에 가입률이 0.4%(지난해 말 기준)에 그친다. 자영업자에게까지 실질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려면 이를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전 국민 고용보험은 가야 할 길이긴 하지만,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현 단계에서 역량을 집중해 추진하는 것은 특수고용직 종사자와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기조실장은 “코로나19로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대의명분만으로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재원 마련과 제도 정비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만큼 충분한 준비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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