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응없는 北에… 文대통령 “남북 소통 원활하지 않아”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0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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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서 나가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남북 간에도, 그리고 또 북-미간에도 아주 소통이 원활한 상태는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정상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이고, 문 대통령이 올해 초 공언했던 독자적인 남북 교류 협력도 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독자적 남북 교류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연결, 개별관광 등 기존 제안들은 모두 유효하다”며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대화, 성과 알 수 없는 상황”

취임 3주년을 맞은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에서 대북 이슈를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는 대목에서다. 올해 3·1절 기념사를 비롯해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은 지난달 27일 구체적인 남북 협력사업을 제시했던 것과는 달라진 메시지다. 문 대통령이 연신 남북 협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북한의 호응이 없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대화의 어려움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당초 기대와 달리 여전히 지금 부진한 상태에 있고 이것이 언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미국의 정치 일정을 내다보면 더더욱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북-미 대화가 획기적인 진전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방역 협력 등 그동안 내놓은 대북 제안에 대해선 “북한이 지금 호응해오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제적인 교류나 외교가 전반적으로 전부 많이 멈춰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우리가 계속해서 독촉만 할 수는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역협력 우선 추진”…철도 연결, 개별관광 제안 유효

다만 문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독자적 남북 협력 사업을 계속해서 추진해나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사업들도 있고 일부 저촉된다 하더라도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업들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수보회의에서 언급한 △코로나19 방역협력 △남북 철도연결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이산가족 상봉 및 실향민 상호 방문 등 남북협력 사업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남북협력과 비핵화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호응이 있다면 북한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감염병 등 방역에 함께 협력하고 공조한다면 안보리 제재에도 저촉이 안 되고 남북 국민들의 보건 안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방역협력 제안에 대한 북한 호응을 거듭 당부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 모두 이번 코로나 대응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또 다시 2차 팬데믹(대유행)이 닥쳐올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며 “(방역협력은) 적극적으로 우선 추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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