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전철 밟을까 우려…다시 고개 드는 ‘사회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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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9일 0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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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1만822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12명의 신고 지역은 대구 3명, 경기 2명, 부산 2명, 충북 1명, 전북 1명 순이고 검역 과정 3명이다. © News1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1만822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12명의 신고 지역은 대구 3명, 경기 2명, 부산 2명, 충북 1명, 전북 1명 순이고 검역 과정 3명이다. © News1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을 계기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한 게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향후 이태원 클럽 확진자 규모에 따라 ‘생활 속 거리두기’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생활 속 거리두기를 과감하게 결정한 싱가포르가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을 겪은 전례가 있는 만큼 방역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 이주노동자·한국은 유흥시설…조심해도 결국 조용한 전파

방역당국은 등교개학,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싱가포르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반영했다.

앞서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3월 23일 등교개학과 일상 복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3월 25일 한 유치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여기에 이주노동자 숙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통제마저 어렵게 됐다.

스트레이츠 타임스를 포함한 싱가포르 언론에 따르면 현지 이주노동자 30만여명은 기숙사 수십 곳에 모여살고 있으며, 거주 시설이 좁고 밀집돼 있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다.

지난 6일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만198명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가 약 584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대규모다. 인구가 약 5100만명인 우리나라보다도 누적 확진자 수가 2배로 많다.

싱가포르가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를 겪었다면, 우리나라는 수도권 유흥시설이 제2의 감염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 시설로 부상했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용인시에 따르면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용인 66번 확진자(29·남)는 지난 1일 밤 11시 이후부터 2일 새벽 4시40분까지 이태원 일대 클럽 3곳을 방문했다. 이후 2일 밤부터 발열 등 의심증상이 나타났다.

용인 66번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 3곳의 총 방문자 수는 1500여명이다. 그 중 일부가 접촉자로 분류돼 실제 노출자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용인 66번 확진자를 포함한 클럽 이용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밀폐되고 환기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규모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용인 66번 환자 관련 확진자는 본인을 포함해 최소 18명에 달한다.

정은경 중방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확진자 발병 날짜나 동선을 보면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접촉자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환엔 선 그어…방역망 내 환진자 수 관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지 2일 만에 발생한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사례는 뼈아픈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었던 지난 2일 발생했다는 점에서 정부 방역망에 구멍이 생겼다. 감염병 전문가들이 수차례 경고한 수도권과 유흥시설 두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방역당국 역시 추가 확산세를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결국 수도권 방역에서 성패가 달렸다”며 “그중에서도 젊은 층이 몰리는 유흥시설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활 속 거리두기를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촉발된 확산세가 계속되고 일일 확진자 수가 50명 이상, 감염경로를 모르는 비율이 5%를 넘어설 경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진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한 등교개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기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에 방역당국은 지난 8일 관계부처와 17개 시·도 광역부단체장이 참여하는 긴급 영상회의 진행했다. 방역당국은 이 회의 종료 후 8일 오후 8시부터 1개월간 클럽 운영을 자제를 권고하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작하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다만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비율이 계속 높아질 경우 이 같은 결정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코로나19) 위험도를 평가할 때 전체 확진자 숫자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방역망 내에서 발생했는지, 추가적인 접촉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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