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짜리 체육수업[오늘과 내일/김종석]

김종석 스포츠부장 입력 2020-05-09 03:00수정 2020-05-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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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 치이는데 코로나로 더 위축
학교체육도 혁신의 새 지평을
김종석 스포츠부장
파란 하늘 아래 펄럭이는 만국기,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줄다리기와 계주…. 5월이면 열리는 학창 시절 운동회(체육대회) 풍경이다. 누구나 추억 하나쯤은 떠오를 게다.

하지만 올해는 그 모습을 보기 힘들게 됐다. 코로나19가 앗아간 소중한 일상에는 체육대회도 포함됐다. 당장 취소보다는 연기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많다. 구멍 난 수업일수를 채워야 할 형편이니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체육대회는 비용이나 학사일정에 밀려 천덕꾸러기 대접 아니었나. 경기와 응원 등 준비 과정에서 교육 효과가 큰데도.

어디 체육대회뿐이랴. 학교체육은 입시 위주 교육 심화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수업은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한 중학교 3학년 사례를 보자. 2분짜리 국민체조 동영상과 6분짜리 여자 배구 한일전 하이라이트 시청, 약식 퀴즈로 진행됐다. 10분여 만에 수업을 셀프 종료한 학생들은 수학, 영어 학원 숙제에 매달렸다.


모든 온라인 체육수업이 맹탕은 아닐 것이다. 공들인 준비물로 학생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교사들도 있다. 하지만 대면지도가 필수인 체육 과목은 온라인 수업도 남다른 노력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평소에도 뒷전으로 밀릴 때가 많은 체육수업이 코로나19 직격탄 속에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신세가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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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국민생활체육조사를 보면 10대의 체육참여율(일주일에 1회 이상)은 50.1%로 전 연령에서 가장 낮게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146개국 11∼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하루 신체활동량 조사에서 한국은 1시간 미만이 94.2%로 전체 1위였다. 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대 연구에 따르면 중고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어떤 조직에 속해 스포츠를 계속해 온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보다 비만도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현저하게 낮고 성인이 돼서도 스포츠에 계속 참여할 확률이 높다. 프로야구 어린이 회원 출신은 백발이 돼도 야구장을 찾기 마련이다. “어릴 적 땀으로 얻은 성취감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살아나 평생에 걸쳐 운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이기광 국민대 교수의 말이다.

13일부터는 등교 개학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당분간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실내공간에서의 체육수업은 피하도록 했다. 마스크도 필수다. 당연한 조치다. 다만 무조건 ‘체육=자습’이 돼선 곤란하다. 체육은 면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므로 대면 수업을 하되 거리를 두고 개인별 운동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성봉주 박사는 “활동 자체를 꺼리는 위축된 자세보다는 안전을 보장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노력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과의 병행 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 관계당국도 스포츠클럽 활성화, 운동시설 확충 등 정책 마련과 실행이 더욱 요구된다.

약 100년 전 동아일보는 ‘민족 신체의 개조는 위생과 체육에 의해야 한다. 그중 적극적 효력을 가진 것은 체육이다. 특히 내 세대의 주인인 청소년, 남녀 학생의 체육이다. 지금보다 더욱 학생체육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근래에 소학생과 여학생 중에도 체육이 왕성한 경향이 있는 것은 더 말할 것 없이 환호할 현상이다’라는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체육과 경기’라는 1923년 10월 이 글은 요즘도 여전히 가슴에 와닿는다. 코로나19 사태는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 나가고 있다. 학교체육도 아이디어와 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어야 사회도 건강해진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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