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연구에 활용해 주세요”…70대 서점 대표, 사후 뇌기증 약속

진주=강정훈기자 , 부산=강성명기자 입력 2020-05-08 18:14수정 2020-05-1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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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도록 의학 연구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3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경남 진주시의 70대 서점 대표가 이 병 치료를 위한 연구에 자신의 뇌를 활용하라며 사후(死後) 기증을 약속했다.

8일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진주에서 60년 가까이 ‘소문난 서점’을 운영 중인 이무웅 씨(77·사진)는 지난달 24일 사후 뇌기증을 위한 등록절차를 마쳤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처음 이 병원을 찾아 기증 의사를 밝힌 뒤 수차례 검사를 받아왔다.


그는 2007년 왼손, 왼발에 이상을 느껴 집에서 가까운 국립 경상대병원을 찾았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진단을 받았다. 충격이 컸다. 그는 “평소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건강관리를 했음에도 병에 걸린 것이 납득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파킨슨병은 신경세포들이 소멸해 뇌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퇴행성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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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마비 증상으로 옷을 입고 씻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다. 영원한 동반자인 부인 유미순 씨(72)의 지극정성이 아니면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정도다. 장성해 출가한 두 아들 가족도 자주 아버지를 찾는다.

그는 “처음에는 현대 의학에 기대를 걸고 열심히 운동하며 노력했지만, 완치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사후 뇌 기증을 결심했다. 치료약이 개발돼 이후엔 이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상대병원 측은 뇌은행이 없어 부산대병원을 연결해 줬다.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사천읍에서 책을 팔아온 이 씨는 1969년 진주로 옮겨 지금까지 서점을 열고 있다. 장서만도 60만 권이 넘는다. 고서적도 많다. 불편한 몸에도 최근까지 수필을 쓰고 틈나는 대로 책을 수집한다.

이 씨는 “알아보니 체질마다 파킨슨병의 진행 속도가 달라 되도록 많은 사람의 뇌를 연구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동참하는 분들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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