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려도 안 죽어” 클럽 입장하자마자 마스크 벗고…

박종민 기자 입력 2020-05-08 18:09수정 2020-05-08 21:2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본보, 7일 이태원 등 클럽 6곳 점검해보니
8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폐쇄된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의 한 클럽 입구에 구청의 일시 폐쇄 명령서가 부착돼 있다. © News1
“빈칸에 차례대로 X 표시 하세요.”

7일 0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앞. 직원은 줄 선 20명에게 “빨리 표시하라”고 재촉했다. 이들은 클럽이 자체적으로 제시한 방문객 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고 고열, 호흡기증상여부, 해외방문이력 여부에 ‘X’ 표시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수칙과 관련한 설명은 따로 없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100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 1~2m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 클럽은 경기 용인시에 살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A 씨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과 도보로 3분가량 떨어져 있다. 방역당국이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을 우려해 비상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끼지 않은 한 20대 여성은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면서 어떻게 즐기냐. 걸려도 안 죽으니 걱정 말라”며 웃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7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이태원과 강남, 홍대 주변 유명 클럽 6곳을 둘러봤다. A 씨가 이태원 클럽과 주점 등 5곳을 다녀간 사실이 공개된 당일이지만 클럽 내부는 붐볐다. 6곳 모두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체온 확인, 방문객 명단 작성 등 유흥업소 감염병 예방수칙에서 빈틈을 드러냈다. 불특정 다수가 밀폐된 공간에서 밀집해 A 씨처럼 무증상 감염자가 다녀갔다면 집단감염 우려도 크고 접촉자 추적도 어렵다.

주요기사

클럽 입장부터 위험에 노출됐다. 강남의 한 클럽에선 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해 체온을 측정하고 지문인식 장치로 신분을 확인했다. 수백명의 목덜미에 체온계를 직접 대고 온도를 측정했지만 소독하지 않았다. 신분 확인을 위해선 턱 밑까지 마스크를 내려 얼굴을 보였다. 직원과의 거리는 30cm도 떨어지지 않았다.

방문객이 직접 작성하는 명단의 관리도 허술했다. 이름과 연락처를 적었지만 확인하는 과정이 없어 허위로 작성해도 그대로 입장할 수 있었다. 최근 해외에 다녀왔는지, 호흡기 질환이 없는지 손님에게 일일이 물어 확인하는 클럽은 단 한 곳도 없었다. ‘X’ 표시를 하라는 안내만 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도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방문객들은 클럽 입장과 동시에 마스크를 벗었다. 턱에 걸쳐 입과 코가 훤히 드러낸 채로 춤을 췄다. 홍대의 한 클럽에서만 마스크 쓰지 않는 방문객을 직원이 단속했다. 하지만 입에 마스크를 가리지 않고 턱에 걸치고 있으면 그냥 넘어 갔다. 일부 클럽에선 마스크 착용을 단속하는 직원과 무대 DJ마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한 남성에게 ‘왜 마스크를 끼지 않느냐’고 묻자 “술 마시고 있는 것 안 보이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자 클럽 내부는 더욱 북적였다. 강남의 한 클럽에선 1m 거리두기는 불가능했다. 춤을 추는 사람들의 어깨가 맞닿았다. 껴안거나 뒤엉켜 춤을 추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대화를 할 때면 시끄러운 음악 소리 때문에 귀에 입을 바짝 가져다 대고 큰 소리로 외쳐야 했다. 한 손님은 “맛이 특이하다”며 들고 마시던 맥주병을 일행에게 건네고 나눠 마시기도 했다. 클럽 업계에선 “즐기러 온 손님들에게 방역수칙 지키라고 안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8일 오후 8시를 기준으로 전국 클럽, 유흥주점,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에 운영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운영 제한을 권고한 것보다 약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려했던 클럽에서의 감염이 현실화 됐다”며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 접촉이 빈번히 발생하는 클럽에서의 전파가 똑똑히 확인된 이상 지난달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준하는 수준의 영업중지 명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