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째 못 만난 어머니 보고 싶어”…요양병원 ‘슬픈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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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8일 0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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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의 한 요양원 출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 © 뉴스1
서울 노원구의 한 요양원 출입구에 적혀 있는 문구. © 뉴스1
“1월 말부터 면회 금지가 이어져서 화상통화로 대체하고 있어요. 어버이날에는 한시적으로라도 직접 어머니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실망이 크네요.”

서울 노원구의 요양원에 어머니를 둔 딸 김정숙씨(62)는 방역당국의 어버이날 면회 금지 연장 발표에 한숨을 지었다. 해당 요양원은 지난 1월 말부터 면회를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7일) 대면 면회를 제한하고 있는 요양병원, 요양원과 관련해 면회 완화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이들 시설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남에 따라 면회 금지 등 고강도의 방역책을 유지해왔다.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이에 맞는 방역지침을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어버이날엔 면회가 기존 방침대로 금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에 있는 노인의료복지시설 수는 7만7382개, 입소 정원은 23만1857명에 달한다.

예년대로라면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5월은 봄의 생기가 감도는 달이다. 어버이날은 특히 어르신들의 ‘명절’이다. 아껴뒀던 모자, 옷, 간식 등을 꺼내 입고 자식, 손주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날이다.

요양보호사 송모씨(65·여)는 “할머니들이 오늘이 며칠인지는 몰라도 수십 년을 지내와서 그런지 김장철을 알듯 어버이날을 느낌으로 안다”며 “하지만 올해는 즐거워하실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나도 아쉽다. 더 세심하게 챙겨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씨의 말대로 코로나19 여파로 어버이날에도 면회가 금지되면서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어버이날을 보낼 이들의 외로움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6일과 7일 찾은 요양원, 요양병원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방문객 면회 사절’, ‘코로나 예방 외부인 출입금지’, ‘외박 및 외출 제한’ 등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한 요양원 관계자는 “섭섭한 마음과 유난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두 어르신들을 위한 조치”라며 “죄송한 마음으로 협조를 부탁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1년에 하루뿐인 어버이날을 앞두고 요양원, 요양병원에 부모를 둔 이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보호자들의 문의가 많았다. 정부 지침을 소개해드리자 컴플레인도 많았다”며 “면회 제한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저희도 죄송스럽다. 화상 통화 등 다른 면회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남양주의 한 요양원 관계자는 “면회 금지 방침 유지 발표가 되면서 보호자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안에 계신 분들에게도 ‘이번 어버이날은 전화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고 알려주고 있지만, 실망감이 역력하다”고 아쉬워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은 어버이날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계획이지만, 특별한 날 가족을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송씨는 “자식에 부담이 될까 표현은 안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에게 가족이 찾아오는 것이 가장 큰 행복 ”이라며 “손만 꼭 잡고 있는 것으로도 큰 위로가 될 텐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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