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말이 길을 안다[기고/한종관]

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입력 2020-05-08 03:00수정 2020-05-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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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명재상 관중이 고죽국(孤竹國)을 토벌할 때 이야기다. 출정할 때는 봄이었으나 돌아올 때는 겨울이 되어 혹한의 설산에서 길을 잃었다. 이때 관중은 오랜 세월 그 지역에서 자란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 비로소 길을 찾았다. 한비자의 세림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노마지로(老馬知路)의 고사는 여기서 유래됐다. 어려울 때 경험 많은 전문가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동과 모임이 제한되니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 운수 등 업종을 불문하고 매출 감소로 자금난에 빠졌다. 폐업이 속출한다. 서울신용보증재단 영업점에 보증 신청이 쇄도했다. 불과 2주일 만에 약 6만 건이 접수됐다. 직원들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해도 업무량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4월 초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신보, 기보, 은행 출신 시니어 인력 300명을 기간제로 긴급 채용했다. 서울 마포, 용산, 가산 3개 지역에 ‘코로나19 특별지원단’을 꾸리고 보증심사에 집중토록 했다. 그들은 오랜 기간 쌓아온 업무 역량을 발휘했다. 하루 600건 정도에 머물던 보증 승인이 3000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채용 첫날만 전산교육을 시킨 후 곧바로 실전에 투입했음에도 빠르게 성과를 냈다. 노마지로의 경험과 지혜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4월 초 6만 건에 달했던 미처리 건수는 3주 만에 2만 건 정도로 해소됐다.


시니어는 우리 사회의 짐이 아니다. 산업화 시대에 경제성장을 이끈 주역들이다. 이들은 직장을 평생의 업(業)으로 여겼다. 그래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전문가이다. 그들의 경험과 열정은 소중한 자산이다. 이번 재단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있는 이들의 활약이 그 증거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 했던가.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맥아더 장군의 말처럼 시니어들은 결코 죽지 않았다. 정년이란 이름하에 자리를 물려주고 조용히 물러서 있을 뿐이다. 국난의 시기에 구원투수로 나선 그들의 헌신과 열정에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시니어 여러분 힘내세요. 브라보 시니어!
 
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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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지로#코로나19#서울신용보증재단#시니어 인력#코로나19 특별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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